고교 수학여행, 돈 없으면 국내 … 돈 있으면 해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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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가정 형편에 따라 해외와 국내로 '따로따로' 수학여행을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열린우리당)은 21일 서울.경기.부산.대구.대전 등 5개 광역시.도내 635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39곳(6.1%)이 해외-국내 분리형 수학여행을 다녀왔거나 이 같은 여행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5개 시.도 738개교 중 28곳(3.8%)이 '따로따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1년 새 2.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안 의원에 따르면 대구 Y고는 올해 제주도(21만4000원), 일본 규슈(40만원), 중국 베이징(61만원) 등 세 코스로 수학 여행지를 나눠 보냈다. 서울 S여고도 올해 경주(17만3000원), 제주(23만6000원), 중국(49만9000원), 일본(76만5000원) 등 총 네 곳에 학생들을 나눠 보냈다.

서울 K여고의 경우 지난해 ▶국내 서남해 지역(16만7000원)▶중국(71만원)▶일본(94만원) 등 세 곳으로 분리해 수학여행을 갔다왔다. 해외와 국내로 나눠 '따로따로' 수학여행을 실시한 학교의 경우 지난해 여행 경비의 격차는 평균 25만7000원이었다. 올해엔 28만1000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안 의원은 "수학여행은 학창 시절 소중한 추억을 만들자는 취지인데, 비용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학생들이 분리해 간다면 추억 대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부유한 학생 간 위화감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사 대상 고교 중 학생 1인당 평균 수학여행 경비는 지난해 18만2000원에서 올해는 23만7000원으로 늘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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