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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비상,단답은 없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물가상승의 심각성은 그 요인이 구조적ㆍ복합적이어서 단기처방이나 대응요법으론 치유가 어렵게 돼있는데다 그나마 다른 정책목표와의 상충으로 과감한 투약이 어렵게 돼 있다는데 있다.
구조적 요인은 말할 것도 없이 지난 3년간 60%이상 오른 임금상승이다.
생산성을 넘는 임금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며 이제 시차를 두고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데 불과하다. 인건비의 원가 비중이 높은 서비스요금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그같은 물가구조의 단면을 실증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방만한 통화관리와 부동산정책의 실패가 투기풍조ㆍ과소비풍조를 일으켜 초과수요를 유발하고,특히 부동산투기는 불로소득에 의한 과소비풍조를 촉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임차료 상승을 통해 원가부담마저 가중시킴으로써 2중 3중으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원화절하에 따른 수입원자재가격 상승이 도매물가를 부추기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태를 이렇게 볼때 물가문제는 정책의 실패와 함께 경제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ㆍ사회적 배경을 바닥에 깔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따라서 그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도 재정이나 금융긴축등 총수요관리만으로는 부족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욕구자제,부동산투기의 근절,소비 자제등 온 국민이 참여할 입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인플레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나머지 경기부양이나 수출촉진등 모든 정책과제를 희생하고라도 총수요관리를 강화함으로써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는 물가상승의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이같은 접근은 전체 경제운용의 관점에서 오히려 물가도 못잡고 경기도 더욱 위축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20일 물가안정위원회를 거쳐 발표한 일부 공공요금의 인하,쌀ㆍ쇠고기등 일부 생필품의 공급확대,재정긴축등 당장 물가를 잡는데 어느정도 기여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고 정부가 물가문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정도에 그칠지 몰라도 신중한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그 사정을 이해할 만하다.
우리 생각으로는 지금의 물가문제가 단기간에 극적으로 잡히기에는 스스로 제약요인이 크다. 그동안 방만했던 관리로 빚어진 통화증발을 해소하는데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부동산투기억제,과소비풍조등 주변 여건의 조성에 힘쓰고 농산물유통구조의 개선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등 좀더 장기적 안목의 복합적 대응노력을 기울여야 하리라 본다.
지금 우리 경제는 물가 문제뿐 아니라 수출부진ㆍ경지침체등 만신창이가 돼 있으며 어느 한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흩어진 경제질서를 바로잡고 튼튼한 안정기반 위에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인내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국민 모두가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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