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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기술 금융지원 절실(아직도 먼 기술개발: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산학협동ㆍ기술전파 미비 보완을
『노벨상이 밥먹여주나.』기업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오가는 우스갯소리다. 아무리 우수한 이론이라도 그것이 제품화돼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같은 예는 미국ㆍ일본의 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차대전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인류과학 발전에 기여할 만한 것을 발명한게 없다.
물리ㆍ화학ㆍ수학에서의 눈부신 발명이나 발견은 모두 유럽쪽에서 나왔다. 그러나 포드자동차의 대량생산 방식으로 대표되는 제품생산 기술로 미국은 세계를 리드하게됐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렇다할 원초기술의 개발없이 생산ㆍ응용기술의 발전으로 경제대국이 됐다.
탄소섬유ㆍ로봇ㆍ카메라ㆍTVㆍVTR등은 미국등 서구에서 개발했으나 일본은 이를 실용화하고 발전시켜 세계시장을 제패했다. 미국이 2차대전후 기초과학ㆍ국방연구에 몰두하고 생산기술을 등한히 한 탓이다. 이같은 예는 구태여 먼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상공부ㆍ과기처ㆍ체신부ㆍ전자통신 연구소와 삼성ㆍ현대ㆍ럭키금성이 89년 3월 8백79억원을 들여 4메가 D램을 공동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1개업체만이 4메가D램의 양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실험실에서의 시제품개발이 곧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기술의 차이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런데도 정부출연기관은 기초연구에 주력해왔다.
또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책중 세제지원은 그런대로 실시되고 있으나 금융지원은 아직 보잘게 없다. 올해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금은 특정연구개발사업(9백50억원),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2백96억원),우수발명품시작보조금(2억원),재정융자금(1천1백15억원),금융기관 창업투자회사의 투융자(5천8백90억원)등 8천2백53억원이다. 우리나라 4대기업(삼성 6천억원,현대 5천5백억원,럭키금성 4천5백억원,대우 3천억원)연구개발투자액(1조9천억원)의 43%수준이다.
과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비중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부담하는 비율은 18%(88년) 수준이다. 반면 프랑스는 53%(87년),미국은 48%(87년),대만은 54%(85년)나 된다.
그나마 얼마되지도 않는 정부지원금중 87%(87년)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쓰고,업계 차지는 겨우 6%뿐이다. 나머지는 대학과 민영연구기관에서 사용한다. 미국은 정부지원금의 52.4%,서독은 30.5%를 산업계에 지원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이 과학기술처가 총괄하는 10개 출연기관에 주로 지원돼 기초과학연구를 해온 까닭이다. 박우희생산기술연구원장은 『기초과학 연구도 해야되지만 우리에게 당장 급한 것은 생산기술이므로 정부출연기관도 기업과 공동프로젝트를 의무적으로 하고 그것에 연구비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로 대기업은 정부나 금융기관의 연구개발지원금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경제력 집중등의 이유로 30대 기업그룹들은 여신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얼마되지도 않는 정부지원금이나마 타쓰기가 어렵다.
윤영석 ㈜대우사장은 『80년대 들어 이같은 여러가지 규제로 사실상 신규투자를 할 수 없었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기술지원체제의 문제점은 산ㆍ학ㆍ관협동 연구나 습득한 기술의 전파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과 산업계간에 인적교류가 거의 안되고 공동연구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전자교환기ㆍ4메가D램개발에 이어 굵직한 것으로 16메가D램ㆍ중형컴퓨터개발ㆍHDTV(고화질 TV)등을 추진하고 있는 정도다.
또 기술은 혼자만 알고 이를 일반화시켜려 하지않는 것도 큰 문제다. 예컨대 일본과 기술제휴로 배워온 기술을 당사자 혼자 갖고 이를 좀체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지 않으려한다. 또 입사한지 4∼5년만되면 기술자가 모두 관리직이 돼 현장을 떠나 기술이 묻히기 일쑤다.
국내기업들은 똑같은 기술개발을 매번 반복해 헛수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에서는 『한국에 기술을 가르쳐도 부머랭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기술자 혼자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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