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K-리그 한시즌 최다골 신기록 마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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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처럼 생긴 브라질 축구선수가 올해 초 한국에 왔다. 인천국제공항에 발을 디딘 그는 '돈을 많이 벌겠다. 내가 속한 팀을 우승시키겠다. 그리고 반드시 득점왕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이름은 마그노 알베스(27)였다.

그가 속한 전북 현대는 올해 프로축구 K-리그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는 한국 프로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지난 12일 성남 일화전에서 22호 골을 넣으며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21골.LG 윤상철)을 갈아치웠다. 동시에 김도훈(성남)선수를 한골 차로 제치고 득점왕 경쟁에서 선두로 나섰다. 마그노는 1m76cm에 72kg으로 공격수로서는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 하지만 골 넣는 능력 만큼은 탁월하다.

2000년 브라질 1부리그 플루미넨세 소속으로 25경기에서 20골을 넣어 브라질 리그 득점왕에 올랐었다.

그는 조깅이나 전술 훈련 등을 제외하고는 늘 혼자 훈련한다. "나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왔습니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한국의 훈련 방식이나 체계가 브라질에 못 미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감독님의 양해를 얻어 '나홀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마그노의 표정엔 '브라질리그 득점왕'의 자존심이 배어 있었다. 그는 경기 직전 조용한 곳을 찾아 몇 분씩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는 독특한 버릇도 있다.

"자신만의 골 넣는 노하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마그노는 "골 결정력이 한국 선수보다 조금 나은 것 같다"며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말은 그가 넣은 한골 한골이 수비수와의 피나는 '전투' 끝에 얻은 '전리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 수비수의 밀착수비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수비수에 의해 공격수의 움직임이 좌우되면 안 된다. 나는 수비수의 움직임을 읽고 그들을 돌파하기 위해, 그리고 상대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과 각도에서 골을 넣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마그노는 22호 골을 넣은 뒤 유니폼을 벗어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문구를 보여주는 골 뒤풀이를 선보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믿음을 갖는 데는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내가 골을 넣은 뒤 이런 문구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나중에라도 믿음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선교 활동'임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 얘기를 하려면 하루 종일 해도 모자란다"며 웃었다. 문화.언어.사고방식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한국 사람들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성격이 너무 급한 것 같고, 그래서 느긋한 자신도 여기에 휘말리다 보면 자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마그노는 "월드컵이 열렸던 훌륭한 경기장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라면서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이 좀더 조직적인 운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TV에서 더 많이 프로축구를 보여주고, 신문에서도 가능하면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해 보도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주니오(4).빅토(2) 두 아들을 둔 마그노는 아내 다니엘라(21)가 한국에서 세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 그는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어 반드시 득점왕에 오르겠다"며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정영재 기자<jerr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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