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살이' 1등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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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펀드도 유행을 탄다. 유행을 이끄는 것은 수익률이다. 수익률에 따라 돈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한국투신운용의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ClassA'로 11.44%(18일 기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0.02% 하락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1월 1300억원에도 못 미쳤던 수탁액은 1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1년 만에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 펀드도 지난해엔 고전했다. 코스피 지수를 약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이다.

올해는 삼성그룹주 펀드의 해지만, 내년은 모른다. 시장의 변덕이 수많은 펀드를 명멸시켰다. 과거 최정상을 달렸던 펀드들 중엔 현재가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것들도 많다.

◆아~옛날이여!=펀드평가사 제로인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익률이 가장 우수했던 펀드를 꼽아봤다. 99년에는 현대투신운용(현 푸르덴셜운용)의 '바이코리아미래주식16'이 131.54%의 수익률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그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71%)의 두 배에 가깝다.

2000년엔 대한투신운용의 '윈윈프라임주식F-11'이 17.96%나 까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에 등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42.44%)보다는 양호하다.

20001년에는 템플턴그로쓰주식1이 75.13%, 2002년 세이고배당장기주식형(36.34%), 2003년 드래곤승천주식3-24(60.08%), 2004년엔 다시 세이고배당주식형(27.76), 2005년 유리스몰뷰티주식(123.68%) 등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의 2~3배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들어 이들 펀드를 수익률 순위에서 찾기 힘들다. 99년과 2000년에 1등을 한 펀드들은 각각 -44.51%, 9.16%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한 뒤, 각각 2000년,2002년 청산됐다.

두 번이나 1등 자리를 꿰찼던 세이에셋 펀드들도 올해는 -7%대의 수익률로 극히 저조하다. 그나마 지난해 일등이었던 유리스몰뷰티주식이 최근 중소형주 상승에 힘입어 - 0.6%의 수익률로 비교적 선방했을 뿐이다.

◆수익률만 보지 말고 분산 투자를=일등펀드들의 부진은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다. 일등펀드 가운데는 스타일 펀드가 많다. 시장에 맞는 스타일대로 운용하는 펀드라야 수익률이 우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스타일과 시장이 반대로 간다면 수익률이 형편없을 수 있다.

지난해엔 중소형주가 급등하는 장세라 이들 종목만을 편입한 유리스몰뷰티주식이 1등을 했다. 반면 2004년과 2002년엔 배당주가 급등세를 타면서 배당주를 주도적으로 편입한 세이에셋의 펀드가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다. 2003년 상반기 인터넷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인 드래곤승천주식3-24는 이들 종목의 급등으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익률만 보고 섣불리 '몰빵'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에 돈이 몰리지만 그 다음해 수익률은 다른 펀드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이에셋의 김원일 이사는 "결국 펀드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투자자는 수익률이 좋았던 해에 가입한 사람이 아니라 그 전해에 가입한 사람"이라며 "수익률만을 쫓아 한 펀드에 몰아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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