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의 책임 상층부에/민자당 내분수습의 당연한 방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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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당의 내분은 당내 3계파가 박철언씨의 후퇴로 일단 타협점을 찾음으로써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나 이번 내분이 던진 문제점과 그 원인을 해결하는 노력은 지금부터 착수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민자당 내분의 근본 원인은 물론 이질적인 3계파간의 알력에 있다고 봐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들은 국정과 우리 정치상황에 직결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민자당이 내부적으로 어물어물 덮어두고 넘어갈 수는 없는 성질임이 분명하다.
가령 정보공작정치가 존재한다,당의 운영이 비민주적이다,대소외교가 특정인의 국내 정치용으로 왜곡되었다는 등의 주장과 폭로는 민자당 자신은 물론 나라 전체와 관련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파동의 마무리를 위해 17일 열릴 예정인 노대통령과 3계파 대표들의 청와대 4자회동은 바로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노력의 시발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보기에 이번 내분의 폭발은 민자당의 지도력 문제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김영삼ㆍ박철언씨간의 갈등과 불화,박씨의 감정적인 김씨 공격,정보 공작정치에 대한 비판론등 이번에 나온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집권세력 내부의 풍토와 관련된 것이고 이는 집권세력을 이끄는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예컨대 박철언씨의 1인전횡시비만해도 노대통령이 적절한 지도력을 발휘했던들 나오기 어려운 문제였고,당운영의 비민주성이나 정보 공작정치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한편 대소외교활동 과정의 잡음은 남을 탓하기 전에 김영삼씨 측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보며,민자당의 비민주적 운영문제는 각기 계파를 1인체제로 운영하는 두 김씨측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렇게 볼때 이번 내분의 책임은 직ㆍ간접적으로 3인지도자에게 크게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고,따라서 이번에 나온 각종 문제해결의 책임 역시 3인지도자에게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리가 이러한 이상 1노2김은 이번 기회에 당정운영과 민자당의 풍토를 쇄신할 일대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본다. 우선 개혁의지가 있느니,없느니 시비할게 아니라 민자당의 노선을 개혁과 보수 사이의 어느 선에서 잡을지부터 확실히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행동은 수구쪽으로 가고,한가지 문제에서 개혁과 보수가 엇갈리는 어정쩡한 모습을 자주 보여왔는데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의 이런 우왕좌왕이 더이상 계속돼서는 곤란하다.
당민주화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입으로는 늘 민주화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밀실정치,과두정치를 해온 게 사실이다. 어떤 중요한 문제가 터져도 2백명이 넘는 소속의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고,청와대와 안가 및 상도동ㆍ청구동의 얘기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 오늘날 당정의 풍토다.
그리고 덧붙여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정치의 질을 좀 바꾸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계파간의 파워 게임에나 몰두하고 인기경쟁ㆍ자금원 확보경쟁으로 세월을 보낼 것인가. 민생문제,국민생활의 문제를 정치의 주내용으로 삼을 때가 왔다. 국민생활과는 상관없는 내분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점을 민자당은 사과부터 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자당의 대오각성과 일대 쇄신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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