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日 아베호…아베 신조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베 장관은 오는 26일 소집되는 국회에서 제90대 총리로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52세의 아베 장관이 총리로 임명되면 1972년 54세로 총리직에 오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의 일본 역대 최연소총리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과 동시에 전후 탄생한 최초의 총리가 된다.

실제로 아베 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젊은 이미지’를 활용,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거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일본인은 그의 정책 또는 리더십 보다는 잘생긴 외모와 신사적인 이미지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가 유수한 정치인 가문에서 탄생한 3세 정치인이라는 점 또한 일본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1980년대 외상을 지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를 아버지로, 전후 일본 정계를 주름 잡았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를 외할아버지로 둔 까닭에 아베 장관은 줄곧 '진골 중의 진골' 정치인이자 '귀공자'로서 주목 받아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괴팍함에 염증을 느낀 일본인들에게 아베 장관의 세련된 스타일은 신선함으로 다가왔을 공산이 크다.

한편 지난 1993년 중의원에 당선된 아베 장관을 13년이라는 단기간에 집권 자민당 총재이자 일본 수뇌 자리로까지 수직 상승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북한’이라고 해야 옳다.

사실 정계에서 '귀족' 집안의 자제로 관심을 받은 게 전부였을 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가 곱게 자란 이미지를 버리고 돌연 '흑기사' 이미지로의 변신을 꾀한 것은 지난 2002년 9월 그가 관방 부장관으로서 고이즈미 총리 방북을 수행했을 때였다.

아베 장관이 북일정상회담 개최 당시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과 관련, 고이즈미 총리에게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건을 시인하고 사죄하지 않는다면 공동선언에 서명해서는 안 된다'고 직언한 것. 이후 일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인과 사죄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고 아베 장관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일본으로 돌아온 다음날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일일이 방문하고 위로하는 자상한 모습까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인기는 급상승, 차기 총리 재목으로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베 장관은 포퓰리즘의 정치철학을 철저하게 신봉,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인들을 보호하는 흑기사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인기몰이 전략을 써왔다.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와 관련, "(북한과) 대화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북한에 대한) 압력 행사가 불가피하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그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새 내각에 납치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천명하는 등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장관은 '북한의 위협=인기상승'이라는 공식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베 장관은 총리 취임 후에도 북한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북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야스쿠니신사 참배 지지, 평화헌법 개정, 종군위안부 부인 등의 우경화 움직임을 주도해 온 아베 장관의 새 정권이 출범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