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 민주 합당 못하면 최소한 정책 공조라도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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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일 호남 지역을 찾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한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정책 공조라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책 탐사차 찾은 광주시 광산구의 하남산업공단에서 이 전 시장은 "오랫동안 영.호남으로 갈라져 있는 정치권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건설적으로 대화하는 것은 국민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주로 열린우리당 쪽에서 주장하는 합당론의 상대였다. 이 전 시장은 "합당이 될 수 있을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라며 "최소한 정책 공조라도 해 나가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측근들은 "합당보다는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를 위한 민주당과의 정책 공조를 강조한 것"며 "합당론은 이 전 시장이 깊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한 발을 뺐다.

?"지나간 일 모두 잊고 호남의 미래만 생각하자"=과거 정권의 호남 홀대에 대한 질문이 이 전 시장에게 쏟아졌다. 다음은 기업인.지역 기자들과의 문답.

-한나라당은 여전히 호남에서 고전 중이다.

"한나라당은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호남 사람에겐 지금까지 차별을 받아왔다는 불만이 있다.

"지나간 일은 모두 잊고 미래에 어떻게 할 것인지만 생각하자. 개인적으론 과거 현대그룹에 있을 때 부사장 4명을 뽑고 나서 보니 3명이 호남 출신이었다. 나를 주제로 한 드라마 '야망의 세월'의 배경도 군산이라 회사에선 "이 회장이 원래는 군산 사람인데 너무 못 살아 포항으로 흘러간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내게는 그런 (지역 차별) 개념이 없다."

-지역균형 발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되면 지역감정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11년째 1만 달러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경제 발전의 환경을 만들지 못한 정치 리더십 때문이다."

광주와 영암을 오가며 기업인들을 만난 이 전 시장은 20일엔 전북지역을 찾는다. 이른바 '호남 비전을 위한 정책 탐사'다. 한나라당 불모지인 호남의 높은 벽을 '경제 콘텐트'로 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전 시장이 이날 자신을 "경제 이야기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광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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