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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 제한법’ 발의한 정봉주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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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등록금 인상 제한법은 규제가 아니라 대학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법”이라고 했다. “적어도 돈을 내는 사람(학생)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왜 올리는지는 알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쪽에서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면서 한쪽에서는 재원조달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
“여러 대학을 실사해 본 결과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에 동의할 수 없다. 매년 과다예산으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이월금으로 돈을 남기는 대학도 있다. 제대로 예산을 짠다면 이렇게 과도하게 돈이 남을 수 없다. 정부도 불용예산은 2년간 쓰지 않으면 국고에 반납하게 돼 있다. 대학도 남은 돈을 학생에게 환불하거나 다음해 운용경비에 포함시켜 등록금 인상을 낮춰야 된다. 하지만 대학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학들은 이월금에 대해 회계기간 불일치로 일어난 일이거나 목적성 경비라고 하고 있다. 학생들이 요구하듯이 아무 곳에나 쓸 수 없다는 얘기다.
“목적성 경비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목적을 대학에서 정하는 것이다. 당장에 연구비와 장학기금이 부족한데 대학에서 임의로 연구동 건립 등의 목적성 경비로 분류해 놓는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연구능력 강화, 우수한 연구인력 확충 등이라면 당장 그 돈을 연구비로 쓰는 것이 맞다. 있는 돈을 쓰지 않고, 후세를 위해 쓰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 (연합뉴스)

등록금을 제한하면 대안이 있는가? 우리나라의 교육비 공적 부담률은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대학만 탓할 게 아니지 않나?
“정부 지원이 적은 건 맞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늘리려면 일종의 매칭펀드(matching fund) 형식을 도입해야 한다. 재단이나 졸업생, 기업 등에서 기부금을 받고 그에 합당한 비율만큼 정부도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그러려면 대학에서 비전이나 실력, 투명성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사람이 투명하지 않고, 실력없는 대학에 자기 돈을 내겠는가.”

법안에는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으면 ‘조정심의위원회’가 심의하도록 돼 있다. 대학에서는 이런 조항이 자율권 침해라고 하는데….
“1.5배를 무조건 넘기지 마라는 규제가 아니다. 그 이상이면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규제가 아니다.”

핵심이 설명 가능한 인상, 투명성 확보라면 굳이 ‘1.5배’라는 포괄적 규제보다는 사후에 회계감사를 철저히 하고, 회계정보를 공개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교육은 좀 다르다. 사후 규제를 하면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생긴다.”

그런 논리라면 기업 회계감사도, 국정감사도 다 사전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 수많은 피해자와 막대한 피해금액이 생기지 않나?
“다른 분야와 직접 비교하기 힘들다.”

물가인상률의 1.5배는 무슨 근거인가?
“미국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참고했다. 미국은 지난 3년간 물가인상률의 2배가 넘는 등록금 인상에 대해 정부에서 제한한다.”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규제로 볼 수 있다.
“등록금 책정위원회에 학생을 실질적으로 참여시키면 된다. 올해 성균관대는 인상률이 7%가 넘었다. 하지만 총학생회에서 참여해 동의한 수치다. 이런 경우는 문제 삼지 않는다. 학생 참여만 보장된다면 몇 배 올려도 괜찮다. 오히려 사적 자치, 사적 자율의 확대다.”

학생들에게 학교 재정 운영을 다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또 대학당국과 학생들의 입장이 다를 텐데…. 예를 들어 학생들은 시설투자보다 등록금 인상률 인하를 목표로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대학의 장기적 투자는 누가 책임지는가?
“협상에 학생과 대학 당국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 교직원 등 학교 이해당사자가 참여한다. 학생들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등록금 납부자인 학생들이 보기에도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등록금을 올린다면 왜 올리는지 설명해 줘야 된다. 일종의 등록금 원가 공개제다.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사립대학들은 교육비 환원율이 100%를 훨씬 넘는다면 ‘등록금으로 재단이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등록금과 운영비를 대차대조시키면 대학은 항상 적자라고 주장한다.
“그 통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OECD 기준에 없는 통계다. 의미 있는 통계라고 보지 않는다.”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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