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우호 금갈까 기증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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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히가사겐이치씨는 10일오전 한국인친구 조정호씨(80)와 함께 부산시경에 출두, 『도난당한 골동품을 한국정부에 무조건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언제 한국에 왔는가.
▲도난피해자 신분으로 피해자진술을 위해 지난8일 부산에 왔다.
-사건직후부터 골동품 반환을 강력히 요구한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기증하기로 결심했는가.
▲평생을 내자식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골동품을 털린 충격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국정부로부터 도난당한 골동품을 반환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한국에 와보니 한국골동품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높고 이 도난사건으로 한·일양국우호에 금이 갈것이 우려돼 무조건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당초 반환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씨등 강도범이 그것도 대낮에 흉기를 들고 강탈해 갔으므로 아무리 민족적인 문제가 게재돼 있다해도 40년전에 일본에서 상인으로부터 구입해 지금까지 보관해온 개인재산인 피해품은 꼭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난당한 골동품은 언제부터 소장하고 있었는가.
▲내가 현재 갖고 있는 3백여점의 한국 골동품중 도난당한 9점이 가장 값지고 희귀한 것이다. 해방직후부터 일본에 나돌고 있는것을 사재를 들여 1∼2점씩 사들여 소장하고 있었다.
한국의 골동품은 너무나 정교해 40여년동안 매일아침 일어나 이 골동품들을 닦고 음미하면서 인생을 살아오다시피 했다.
-범인 김씨등과는 언제부터 알고지냈는가.
▲지난80년 평소 알고 지내던 재일동포 골동품수집가 천모씨의 소개로 알게됐다.
그후 김씨는 한국문화를 연구한다면서 5∼6차례 우리집에 찾아와 내가 갖고있는 골동품을 구경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부산에 사는 골동품중개상 홍모씨(48)와 함께와 『한국도자기를 국내 재벌들에게 소개하겠다』며 고려청자·이조백자 10여점을 사진촬영해 가기도 했다.
-현재의 심정은.
▲무엇보다도 한국경찰에 감사드리고 싶다. 도난사건후 1개월도 못되어 범인을 잡고 골동품을 회수한것이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 도난당한 골동품이 한국의 국보급으로 한국의 귀중한 보물이었지만 기른 부모도 중요하듯 내자신이 40여년동안 소장하게 되었던것을 큰영광으로 생각한다. <부산=조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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