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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책임과 신뢰」… 신문주간 특별좌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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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독자의 욕구충족에 게으르다”/면수 경쟁보다 내용 다양화를/제색깔 내기ㆍ자율규제 힘써야
7일은 제34회 신문의 날. 최근 신문을 중심으로 한 언론계의 급격한 변화양상과 변화속에서 책임을 다하며 독자들로 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신문이 될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들을 언론관계전문가의 좌담을 통해 알아봤다.〈편집자주〉
□<참석자>
유재천교수〈53ㆍ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오택섭교수〈49ㆍ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김원용교수〈37ㆍ성대 신문방송학과〉
유재천=올해로 34번째 신문의 날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올해의 표어를 보니까 「책임있는 신문,신뢰받는 신문」이더군요. 지금까지 매년 신문협회와 편집인협회,기자협회가 함께 제정해온 표어를 보면 그 시대의 신문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반영하고 지향해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표어만 보고도 신문,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언론의 위상을 짐작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금년에도 마찬가지로 표어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배려가 있었겠지요.
「책임있는 신문,신뢰받는 신문」이란 표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사이비기자」라는 말이더군요.
지난 3일자 신문에 검찰이 사이비기자 21명을 구속했다는 보도도 있었죠.
6ㆍ29이후 신문창간이 자유로워지면서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 까지 신문사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면서 사이비기자 문제등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됨에 따라 이에 대한 언론인들의 자성에서 이번과같은 표어가 나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택섭=언론을 얘기할 때 세가지 차원에서 볼수 있을 겁니다. 첫째는 유교수님이 지적하신 사회성입니다.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윤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뜻이죠. 둘째는 기업성입니다. 이는 언론도 어디까지나 기업으로서 수익을 올리고 확대재생산해간다는 의미인데 최근의 무제한적 경쟁체제는 이런 면에서 이해할수 있으리라 봅니다.
세번째는 전문성입니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게 됨에 따라 독자들의 수요가 다원화되고 이에 따라 언론도 각 분야별로 전문화돼야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전문성보다 오히려 언론의 사회성과 기자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우리언론이 사회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피동적으로 이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기더군요.
김원용=제가 보기엔 표어에서 「책임」의 의미가 과거와는 다른것 같습니다.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적 정국구도하에서는 언론의 중립ㆍ독립성ㆍ자유성이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표어의 「책임」과 「신뢰」는 언론사의 문제가 외적 통제에서 내적 책임으로 환원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유=이번 신문의 날 표어를 통해 느낄수 있는 여러가지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보다 본격적으로 우리신문의 현주소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하죠.
제가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앞서 오교수님이 언급했듯이 정보화ㆍ전문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회가 다양화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신문독자들의 요구도 다양해진다는 의미가 되겠죠.
그런데 요즘 신문이 과연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보기엔 그렇지 못합니다. 요즘 신문지면이 많이 늘었습니다만 다양성면에서는 별로 변화가 없죠.
○일간지 난형난제
오=동감입니다.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중요한 두가지가 무시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이념적으로 약자의 입장이며,둘째는 문화적으로 고급문화의 영역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전문성에 있습니다. 즉 취재물의 깊이에 관한 문제인데 이는 인력확충과 신문제작 시스팀의 대폭적 수정없이 개선되기 힘드리라 생각 됩니다.
현실적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볼때 서울시내 종합일간지 10개가 모두 난형난제예요. 비슷한 내용을 비슷하게 수박겉핥기식으로 보도하니까 같은 정보의 양만 늘어난 셈이죠.
제 생각엔 종합일간지는 3,4개면 충분하고 나머지는 특색있는 신문으로 분화돼야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문화정보에 치중한다든지 정치평론전문지가 된다든지….
김=신문편집ㆍ취재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저는 좀더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언론은 결국 정치ㆍ경제등 사회변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신문간의 색깔내기는 불가피하죠. 독자의 요구에 맞춰야 생존이 가능하게된거죠.
유=신문의 차별성이란 것은 이념적인 색깔뿐 아니라 어떤 신문은 문화면이 좋더라,또 어떤 신문은 경제면이 좋더라는 식의 차별성도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문제점중 하나는 증면에 대한 평가일 것입니다. 언론사는 명분상 『폭발적 정보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불가피한 증면』이라고 합니다만 저는 이러한 명분에 의문을 가집니다.
오=기자개인의 취재방식보다 더 큰 문제는 취재시스팀,관행이라고 봅니다.
보통 출입처제를 두고 한 기자가 한 부처나 기관을 맡아 취재하고있는데 이는 다원화 사회의 복잡성을 좇아가지 못하는 구시대적 관행입니다.
심층보도를 위한 입체적 취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출입처 방식보다 노동팀ㆍ교육팀등 영역별 기동취재방식이 보다 효율적인 대안이 될수 있죠.
유=얘기를 조금 바꿔 현단계에서 언론의 책임문제를 짚어보죠. 책임감 있는 언론,신뢰받을 수 있는 언론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어떤것이 있을까요.
○공익성 더욱 절실
오=손쉬운 예로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죠. 외국언론들은 대부분 자체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언론기관내의 감시자로 옴부즈만 제도를 두고있죠. 그리고 신문사밖에 신문을 평가하는 제도도 있죠.
그간 우리신문은 이런 제도들의 가능성만 검토해왔지 실제로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책임있는 언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독자들로부터 비판을 수용할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김=유리나라 언론이 책임을 다하는 것은 민주언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언론이 되기위한 단계중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어느 정도 된것같습니다. 남은 문제는 신문사 자체의 편집민주화와 독자의 접근권 보장이죠.
유=결국 책임있는 언론이 되는 것은 권력으로부터 얻은 자유를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이는 곧 앞으로의 신문이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가며 민주주의 가치이념을 전사회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김=자유경쟁체제로 신문의 상업성이 노골화되어가는 시점에서 모든 사람의 발언권을 위탁받은 언론의 공익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개인기업으로서 상업성을 전적으로 배제할수 없는 상황에서 공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기자들의 직업윤리관 확보와 자율성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사회적 대전환기를 맞아 견인차로서 언론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양하면서도 깊이있는 보도로 우리의 언론시장이 풍부해지길 다같이 기대해 봅시다.〈정리=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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