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젠 식목에서 육목으로(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식목일을 맞아 올해도 전국에서 공무원ㆍ학생들은 단체로 나무를 심었다. 또 식목과 관련된 행사ㆍ화제가 신문ㆍ방송마다 크게 보도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식목일인 5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10여건의 산불이 나 10여정보의 산림을 태웠다.
한편에선 나무를 심고 또 한편에서는 무관심과 부주의로 아까운 숲을 태우는 이율배반의 행태에서 우리는 산림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과 산림행정의 현주소를 알 수 있을 듯하다.
흔히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사람들이 잊고 살듯이 산림의 중요성도 일상에서 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산림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물과 공기에 버금가는 것이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과 공기를 인류에 공급해주는 원천이 바로 나무요,숲이기 때문이다.
근래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목재생산 같은 산림의 경제적 가치보다 대기정화ㆍ수원함양ㆍ풍수해방지ㆍ야생조수와 생태계보호ㆍ휴식공간제공과 정서순화기능같은 공익적 효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산림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바로 그같은 인식의 반영이다. 지난해 7월 파리에서 열린 7개국 정상회담이 『범지구적 공해로부터 인류를 구제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녹자원환경의 개선에 강력히 대처해줄 것』을 촉구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산림청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토의 66%에 해당하는 산림에서 87년을 기준해 임업생산은 6천9백20억원인 반면 산소공급ㆍ수원함양등 공익적 효용가치는 그 22배에 달하는 17조6천5백20억원으로 국민총생산의 18.1%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이 막중한 기능을 하는 산림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와 관심과 애정과 투자는 과연 적정한 것인가.
아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산림은 최근 30여년간의 노력으로 녹화의 단계는 지났다. 그렇지만 흔히 말하듯 「숲은 있어도 나무는 없는」것이 우리 산의 현황이다. 전체 조림면적의 73%가 아직 가꾸어야할 어린나무에 불과하고 임목축적량은 선진국의 ha당 60∼1백50입방m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31입방m 수준이다. 전체 목재 수요의 85%를 수입에 의존한다.
따라서 산림정책의 과제는 녹화가 끝난 숲을 경제성있는 목재생산기지로 바꾸는 녹화의 2단계 작업이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자본회수기간이 길고 채산성이 낮은 임업경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다각적인 시책이 필요하다.
특히 근래 자주 일어나는 녹화의 진전에 따라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산불예방과 피해보상책은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대책이라 본다. 산불의 대부분이 등산객들의 부주의로 인한 실화이고 보면 예방을 위한 계몽ㆍ감시ㆍ처벌이 대폭 강화되고 효율적인 긴급 진화체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민들도 이제는 건강한 삶의 토대인 숲과 나무를 스스로 아끼고 지키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