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미현 언니보다 화려하게 부활할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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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는 그대로인데 나이도 들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얼굴 살이 쪽 빠진 것 같아요."

박지은(나이키골프)의 얼굴은 반쪽이었다. 96일 만에 필드에 모습을 드러낸 탓인지 긴장도 한 것 같았다. "거의 나았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또 아프더라"며 입을 샐쭉했다.

15일 경기도 광주의 뉴서울 골프장에서 개막한 KLPGA 투어 SK엔크린 솔룩스 인비테이셔널. 복귀전인 이 대회 1라운드에서 박지은은 1번 홀 3퍼트(보기)로 경기를 시작했다. 2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그린을 넘어가 또 보기.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화끈한 드라이브샷은 여전했고, 아이언 감각이 살아나면서 페이스를 찾았다. 전반에 버디 2개로 이븐파를 만든 박지은은 파5인 13번 홀(526야드)에서 2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아내는 등 3언더파 공동 5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박지은은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복귀 첫 라운드에 만족한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리 부상과 슬럼프로 오랜 공백기를 겪으면서 박지은은 달라졌다.

"예전엔 정말 결혼하고 싶었는데 오기가 생겨서 한 3년 동안 아무 잡념 없이 골프에만 전념하려고 해요."

욕심도 더 많아졌다.

"1등 해야죠. 슬럼프를 겪다 보니까 오히려 나는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박세리(CJ), 김미현(KTF)과 함께 한국 여자 골프의 1세대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박지은은 "두 언니보다 더 화려하게 부활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은의 가방은 미셸 위의 캐디를 하던 그렉 존스턴이 맸다. "새 캐디를 찾던 차에 미셸이 존스턴을 해고했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 일하게 됐다. 경험 많은 캐디라 코스 점검도 잘 해주고 샷이 안 풀려도 잘 토닥거려주더라"고 말했다. 올해 완전히 쉴까도 생각했다는 박지은은 "두 달 쉬니까 몸이 근질근질했다"며 미국 LPGA 15개 대회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 다음주부터 LPGA투어에 참가할 예정이다.

1라운드에서는 홍진주(이동수패션)가 생애 최소타인 6언더파 6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강수연(삼성전자)과 최나연(SK텔레콤)이 1타 차 공동 2위였고, 한동안 국내에서 쉬었던 김미현은 박지은과 함께 3언더파를 쳤다.

광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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