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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람­기대만큼 큰 우려/노­고르바초프 친서교환 의미와 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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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교는 실무접촉만 남은셈 기대파/서명도없는 편법 흥분말자 우려파
한소정상이 친서와 답신메모를 통해 국교정상화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한소수교가 이제 실무적 절차만을 남겨놓은 느낌이다.
이수정청와대대변인은 양국관계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노태우대통령의 친서에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전적인 공감을 표시함으로써 오는 5월말께 박철언정무장관이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소련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한소수교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성사될 것이냐에 쏠려있다. 그중에도 수교의 조건이 가장 무게있게 거론되는 것은 고르바초프의 답신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국교정상화자체에 비중을 두고있는데 반해 소련은 경제협력확대 필요성에서 수교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오는 5월 보낼 대표단도 기획원·재무부·상공부등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들을 대거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구체적인 수교교섭은 대표단의 방소,한수양국간의 영사처,소련의 과학아카데미산하 세계경제및 국제관계 연구소(IMEMO),공산당 중앙위 국제부 외무부등 다각적인 창구를 동시에 가동시켜 진행될 계획이다.
영사처의 경우 우리측은 공노명영사처장이 대사급으로 직접 모스크바에서 재량권을 갖고 교섭을 시작할 것이고 주한영사처도 곧 처장이 부임하는대로 우리외무부와 박철언정무장관팀과 작업할 것이다.
소련측 창구중에는 우선 IMEMO가 중심역할을 할 것같다.
또한 공산당 중앙위 국제부는 소련의 당우위원칙에 따라 주된 교섭대상이며 외무부는 교섭의 격식을 갖추는 수교마무리를 위해 접촉해야될 대상이다.
박장관팀이 소련에 가면 당중앙위 국제부및 외무부와의 접촉을 통해 협의를 결정하는 모습을 갖출 공산이 크다. 박장관은 그같은 역할을 정치적으로 증폭시키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외무부측은 오는 5월의 박장관의 방소로 한번에 교섭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련측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방한단이 다녀가는 상호교환방문후에 실질적인 수교교섭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소수교열풍에 가장 냉정한 곳은 외무부 측이다. 외무부는 정통외교를 무시한 정치인간의 수교교섭에 내심적지않은 우려를 갖고있다.
한소관계개선이 동아시아의 긴장완화,최악의 상태에 있는 경제상황개선등 소련의 필요에 의한 것인데도 우리가 경제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수교를 얻어내려는 태도에 회의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외무부는 현재 수교가 이미 다된 것같은 분위기가 성급한 기대일 수 있다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친서가 발신인도 수신인도 없고 고르바초프자신의 서명이 없는 구술을 문서화한 것으로 친서로서의 요건을 결하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친서도 서한도 각서도 비망록도 아닌 이같은 비외교적 의사전달 양식에 우리가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지않느냐는 물음이다.
결국 고르바초프가 이같은 편법을 사용한 것이 여전히 북한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소련측은 『북한의 존재는 더이상 수교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내막적으론 『북한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수교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로서도 소련을 동원해 북한을 설득하는 한편 남북비밀접촉창구등을 통해 북한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같다.
따라서 우리는 대소수교를 통해 북한을 더욱 궁지로 몰아 더이상의 폐쇄정책을 고수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고르바초프가 밝힌 『한반도 정세안정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소련의 의도를 조화시키는 쪽으로 수교문제를 다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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