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조운동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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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설시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0년대들어 시대정신을 좀더 치열하게 반영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실험되던 사설시조가 최근「3인사설동인」(서번·송길자·제갈태임)의 동인집『간이역에서』(백상간)가 출간됨으로써 이제 시조단의 한 세력으로 자리잡으며 사설시조운동이 확산될 전망이다.
사설시조는 18세기 조선조 영·정조 때 실학사상 및 서민의식의 대두에 힘입어 성행됐던 시가 3장·6구·45자 내외의 평시조 정형중 종장 첫째구의 3, 5음수 이상만 지켜지고 다른 구는 마음대로 늘릴 수 있다. 때문에 같은 3·3 내지3·4를 음보율로한 가사나 판소리사설과는 구별되며 엄연한 시조의 한 양식이다.
특히 세계를 끌어들여 자아화시키는 시조 특유의 3장제로 하여 사건의나열에 치중한 서사가아니라 서정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유교사상에 입각, 주로 충효를 주제로한 평시조와는 달리 사설시조는 애정·부정폭로·일상적인 삶등 다양한 주제를 풍자와 해학등으로 비교적 자유스럽게 다룰수 있었으며 때문에 조선후기의 실학사상과 구한말 개화기정신에 힘입어 크게 성행하다 서구 자유시의 유입과 일제의 민족정신 말살정책에 따라 쇠퇴했다.
일제나 해방이후 사설시조 전통은 이병기나 이은상 조운 장순하씨등으로 띄엄띄엄 이어지다 80년대들어 시대정신을 발빠르게 담아 시조의 현대화를 꾀하려는 젊은 시인들에게 확산됐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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