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으론 월드시리즈 첫 홈런…마쓰이, 꿈을 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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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고전'월드시리즈는 올해로 딱 1백살이 됐다. 당시 내셔널리그 우승팀 피츠버그와 뒤늦게 생겨난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보스턴이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자"며 맞붙은 것이 시초였다. 그렇게 1백년이 흐르는 동안 월드시리즈는 숱한 전설과 드라마를 찍어내는 '꿈의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월드시리즈는 '아시아 야구의 맹주'를 자처하는 일본에조차 머나먼 무대였다. 2001년 김병현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낄 때만 해도 일본 선수가 월드시리즈를 밟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뉴욕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29)가 역사를 새로 썼다.

마쓰이는 20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월드시리즈(7전4승제) 2차전에서 3점짜리 결승홈런을 쏘아올렸다. 월드시리즈에서 일본 타자의 첫 홈런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양키스는 말린스를 6-1로 대파하며 1차전 패배를 설욕, 1승1패를 기록했다.

마쓰이의 홈런은 1회말에 터졌다. 2사 1, 2루에서 볼카운트는 0-3이었다. 마쓰이는 마크 레드맨의 4구째 직구를 때렸고, 타구는 중견수의 키를 한참 넘는 대형 홈런으로 이어졌다. 올시즌 타율 0.287, 16홈런, 1백6타점을 기록한 마쓰이답게 찬스에서 더욱 강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타격 자세, 짧고도 힘찬 스윙의 결과였다.

양키스는 2회말 후안 리베라의 1타점 적시타와 4회말 알폰소 소리아노의 2점 홈런으로 6-0까지 달아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양키스 선발투수 앤디 페티트의 투구도 압권이었다. 9회초 2아웃까지 무실점이었다.

한명의 타자만 더 잡으면 '월드시리즈 완봉승'을 따낼 참이었지만 데릭 리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1실점하고 말았다. '다된 밥에 코를 빠뜨린' 페티트는 결국 9이닝을 못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차전에서 뛰어난 기동력으로 3-2로 이긴 말린스는 이날 세 차례나 병살타를 때려 맥없이 무너졌다.

22일 마이애미 프로플레이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3차전에는 마이크 무시나(양키스)와 조시 베켓(말린스)이 선발투수로 출장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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