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 21일부터 솔로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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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MBC-TV '수요예술무대'에서 어눌하지만 편안한 진행으로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남겼던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46). 하지만 그는 건반 앞에만 앉으면 무엇에 홀린 듯한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인다. 특유의 비감 어린 서정적인 멜로디는 그의 음악을 재즈에만 국한하지 않는 '김광민표 음악'으로 만들었다.

감성적 선율로 가을 여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해온 그가 21일부터 나흘간 국립중앙박물관의 극장 용에서 솔로콘서트를 연다. 2002년 예술의전당 콘서트 이후 4년 만이다. 이달 말 발매할 디지털 싱글에 이어 다음달에는 5집 앨범도 낸다. 그동안 학교 일(동덕여대 교수)에 매여 오랜 공백을 가졌다는 그는 솔로와 퓨전밴드가 만들어 내는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겠다고 한다.

"'저게 정말 재즈 맞아'하며 의아해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펑키한 느낌의 퓨전밴드는 미국에서는 많이 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에요. '필' 받으면 즉흥연주 퍼레이드로 흐를지도 모르죠."

이번 공연에서는 디지털싱글에 수록된 'What a wonderful world' 등 신곡 두 곡도 선보인다. 디지털싱글에서 맛볼 수 있는 클래식한 느낌과 단순미가 5집 앨범의 컨셉트이기도 하다. 올드팝(The end of the world, Time in a bottle 등)과 스탠더즈 재즈명곡(Here is that rainy day, My one and only love 등)을 단순하고 클래식하게 재해석한 10여 곡을 채워 넣는다. 피아노로만 연주하는 것도 이번 앨범의 특징. 홀수 앨범은 피아노 위주의 서정적 연주, 짝수 앨범은 퓨전 스타일의 연주를 보여줬던 패턴이 그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 앨범들은 제의를 받고서 만들었는데, 이번 5집은 제가 먼저 만들자고 했어요. 갑자기 예전의 명곡들을 클래식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같은 충동의 근저에는 어린 시절 음악을 좋아하는 가족분위기에서 받았던 음악적 영감이 깔려 있다. 4형제 중 막내인 그는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어머니와 형들로부터 클래식과 올드팝의 영향을 받았다.

"꼬마 김광민은 'The end of the world'를 좋아하던 아이였죠. 어릴 때 형들이 들려줬던 팝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번 앨범에는 슈베르트의 느낌도 나올 겁니다."

이번 앨범 작업이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찾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Time Travel'(시간여행)이다. 앞으로 음악에만 전념하겠다는 그는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만들기 위해 록과 퓨전 일렉트로닉에도 도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어떤 음악을 하든 밑바닥에는 항상 슬픔이 깔려 있을 것 같다.

"'전위음악을 해도 네 음악은 슬플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전 원래 슬픈 감성을 좋아해요. 어릴 때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니까요."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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