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솔선수범이 또 다른 피해 줄여〃|한국부인회 제정「행동하는 소비자 상」제1회수상자 이상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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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을 고발해 상을 받는 것 같아 쑥스럽습니다. 고발을 자주 하면 스스로 고발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평생 고발이란 걸 피하며 살아왔는데 ….』
한국부인회가 올해 처음 제정한 「행동하는 소비자 상」의 제1회 수상자가 된 이상주씨 (48·경기도 평택시 비전1동550의1)는 『그러나 나의 솔선수범이 또 다른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며 멋 적은 듯 웃는다.
간판제조·판매업을 하는 김씨는 지난 87년11월 K사제품의 자동판매기 판매원이 이를 설치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아내가 경영하는 문구사에 1백90만원 짜리 자판기를 월부로 설치했다가 피해를 보게됐다.
『설치한지 한 달이 안돼 고장이 발생해 결국 구입처인 인천영업소등에서 몇 개월에 걸쳐 약50회의 수리를 받아도 문제가 해결 안돼 고발을 결심했다』고 그는 말했다.
『할부금불입을 중단하고 한국부인회에 88년8월 고발한 후 자동판매기 제조업체와 담당영업소로 부터 여러 차례의 협박 전화와 최고장 등을 받고 아내와 함께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는 이씨는 중도에 고발을 철회할까 여러번 망설였다고 말했다.
이씨는『함께 고발을 시도했던 여러명의 문방구 아주머니들은 업자 측의 태도에 불안을 느껴 모두 중도에 고발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품목에 자동판매기가 들어있지 않아 고발처리에 고심했던 한국부인회는 고장이 나거나 해약을 요구할 경우 소비자에게 불리하도록 돼 있던 약관의 문제점을 발견, 경제기획원 약관심사위원회에 고발하는가하면 자판기 음료의 위생검사를 실시해 13개 시험음료에서 대장균을 검출해내 자판기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다.
결국 이런 투쟁과정을 거치면서 제조업체 측은 8개월만에 이씨에게 계약금과 불입금 1백19만원을 되돌려주게 됐다.
이씨는『주위에서 자판기의 고장으로 곤란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약 해제시 계약금을 떼이고 업체 측의 손해료로 물건 현금가격의 30%까지 지불하는 피해를 감수했다』고 전했다.
이씨와 한국부인회의 노력은 결국 식품위생법의 일부를 개정하는(업종별 시설기준 중 식품자동판매기 영업)성과를 올렸고 자판기 약관도 소비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개정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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