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얘들아, 함께 영화 보자 그리고 느낌을 얘기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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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미지 시대다. TV로, 영화로, 인터넷으로 각종 영상이 차고 넘친다. 이렇게 미디어와 직접 소통하는 재미에 빠진 아이들을 보며 부모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무조건 보지 말라고 강요하기보다 함께 보고 즐기면서 아이와의 의사소통 단초로 활용하면 어떨까. 부모가 준비하기에 따라서는 아이들 사고력 증진과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TV나 영화는 아이들만 보게 하는 것보다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이유가 뭘까. 동화작가 노제운(40.여.고려대 아동문학 박사)씨는 "동화책을 아이가 혼자 읽도록 하는 것보다 부모가 들려주는 것이 좋은 이유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말하지 않아도 부모가 알고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엄마도 나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와 동질감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을 고를 것인지도 중요하다. 만화영화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작품이 좋은지 일일이 따져보기도 쉽지 않다. 아이가 스스로 좋은 작품을 고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33개국에서 선별한 작품 166편이 상영되는 제2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14일 개막)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앙대 이충직(46.영화학) 교수는 부모나 선생님이 어린이와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을 벌이는 '미디어 교육'은 서구에선 이미 활성화됐다고 말한다.

"우선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설명함으로써 자기 표현력을 기를 수 있겠고요, 둘째는 모든 사회현상을 다룬 영화 내용 분석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그 결과가 어땠는지 등의 분석을 통해 '너라면 어땠을까'라는 식으로 이끌어 줄 수 있거든요."

이 교수는 이럴 경우 부모가 선입견을 제시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의 편견을 주입식으로 설명할 경우 아이는 부모의 말을 전면 수용하거나 전면 부정하고 반발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오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라며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문제를 생각하고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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