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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 솔솔 새 「김빠진 발표」/말도 많았던 「3ㆍ17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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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총리 빼곤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야당 몫은 양김 뜻대로 인선/3명 입각 예상 민정계 결국 1명 탈락
○관가 들떠 발표 앞당겨
▷청와대◁
○…노대통령은 17일 청남대에 머무르면서 이날 아침 개각명단을 이수정 청와대대변인에게 주어 이대변인이 이를 서울로 가져와 청와대에서 발표
노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영삼ㆍ김종필 두 민자당최고위원과 박태준대행을 대통령별저인 청남대로 초청,그 안에 있는 9홀코스에서 골프를 쳤는데 골프회동에 앞서 최종명단을 두 김씨에게도 알렸다. 노대통령은 민주ㆍ공화계 입각자는 미리 두 최고위원에게 알렸었다.
이날 골프모임에는 노재봉ㆍ홍성철신구비서실장과 최창윤정무수석도 참가.청와대측에서는 대통령의 막중한 국사 가운데 하나인 내각교체를 휴양지 골프장에서 결정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도 걱정.
일부에서는 기왕 끌었던 마당에 노대통령이 서울로 올라온 다음 발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개각 얘기가 너무 나돌아 관가가 들떠 있는 점을 감안해 주말을 넘기지 말자는 건의가 받아들여졌다.
○지난주초 본격적 작업
○…이번 개각은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전인 2월중순부터 작업은 시작되었으나 정작 피치를 올린 것은 지난주 초부터.
개각에 대한 기초자료는 안기부ㆍ경찰ㆍ청와대민정수석실에서 각각 준비했으나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인선작업에 깊숙히 참여했던 사람은 서동권안기부장ㆍ노재봉 신임비서실장ㆍ박철언정무장관ㆍ정구영민정수석 등.
홍성철 전비서실장은 초기작업에 참여했다가 자신의 경질을 알고부터는 의식적으로 모임에 빠졌고 대신 노재봉비서실장 내정자가 참여.
이들은 지난주 청와대 부근 안가에서 몇차례 회동을 하여 명단을 거의 2배수 정도로 압축했고 특정인에 대한 코멘트와 순위까지 적어 지난 주말 노대통령이 진해로 내려가기 직전에 보고.
노대통령은 이 자료를 토대로 평소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인물까지 가미하여 「진해구상」을 완결.
지난주말부터 확정이 된 주요 포스트에 대해서는 노실장ㆍ박철언장관 등이 당사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 해 이때부터 명단이 구체적으로 부상되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유엔대사로 내정된 현홍주씨에겐 노실장이,최상엽법제처장에겐 박장관이 통보.
○노실장 기용 예정된 일
○…청와대의 경우 노비서실장이 6공참여 때부터 다음 비서실장이라는 소문이 있었던 데다 지난 가을 유럽순방 때 홍성철비서실장 대신에 대통령을 수행하는 등 대통령이 의식적으로 역할을 주고 키워와 비서실장이 바뀔 경우 그가 기용되리라는 것을 내부에서는 알고 있었다.
홍 전비서실장의 경우 5공청산ㆍ3당통합 등에 막중한 역할을 해내 유임되리라는 설이 유력했으나 본인이 통일원장관 기용도 극구 사양 할 정도로 쉬고 싶어했다는 것. 노대통령이 남북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비서실장 출신이 대통령의 의지를 직접 반영한다는 의미와 본인이 이북5도민의 대표격임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실장의 이동으로 말미암아 처음에는 유임으로 알려졌던 이홍구통일원장관이 불가피하게 특보자리로 옮기게 됐다.
○이법무,미 유학중 발탁
▷정부◁
○…경제팀은 경질이 일찍부터 예견돼 김종인경제수석이 지난주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경제팀에 대한 명단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승윤부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경제부처는 금주 중반까지도 엎치락 뒤치락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리는 민자당의 구 민주ㆍ구 공화계 몫이 많아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의 추천순위와 노대통령의 검토결과가 맞아떨어지지 않아 진통을 겪었다는 것.
따라서 초반에 낙점되었던 사람이 막바지에 바뀐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이승윤부총리의 경우 초반에 강경식ㆍ사공일ㆍ나웅배씨 등과 경합했으나 재계의 지원으로 일찍 낙점이 된 반면 재무장관은 막바지까지 정영의ㆍ이용만씨가 경합을 하다 재무부쪽의 여론에 따라 정장관으로 결정.
이상희 과기처장관은 유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같은 약사에다 부산출신의 김정수보사 때문에 탈락.
정근모과기처장관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과학자이며 지난해 유엔기구의 의장을 맡은 것이 발탁의 계기가 됐다.
정무2장관은 당초 김옥렬 전숙대총장이 낙점되었으나 본인의 고사로 여성유권자연맹회장을 맡고 있는 이계순서울대교수로 낙착.
법무장관은 금주 중반까지 허형구장관이 유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가 막바지에 바뀐 대표적 케이스.
따라서 검찰자체에서도 마지막날까지 방향을 못잡아 이사람 저사람이 거명됐는데 미국에 유학중인 이종남장관이 기용되기는 예상 밖이라는 평이다. 한때는 김기춘검찰총장설도 나왔으나 교섭과정에서 김총장이 자신의 임기는 채우고 싶다고 간곡하게 사양했다는 소문.
○단명총무 정 체육 기용
▷민자당◁
○…민자당의원들의 입각은 당초 예상보다 소규모인 5명. 최소한 계보안배(민정계3ㆍ민주계2ㆍ공화계1명)로 따져볼 때 6명 정도는 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막판에 민정계쪽에서 1명이 탈락.
내각진출이 소폭으로 그친 것은 인물도 별로 없는 데다가 야당출신을 더 많이 기용해야 하기 때문.
이에 따라 민정계에선 부총리(이승윤)에다 3당통합으로 「16일짜리 총무」로 최단명을 기록했던 정동성의원만 기용. 물망에 올랐던 농림수산장관설의 김현욱의원은 민주계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이고 김중권의원은 대구서갑 보궐선거 특별 대책팀장을 맡아 각각 제외됐다는 후문.
○…박준병총장은 『당으로서는 모두 선택되기를 바랐다』며 김현욱의원이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된 것에 아쉬움.
이승윤부총리는 일찌감치 결정돼 별 이야기가 없었으나 농림수산장관 자리는 민정계의 김현욱의원과 민주계의 강보성의원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김영삼최고위원의 강력한 천거에다 강의원이 안됐을 경우 민주계가 1명밖에 안된다는 점이 고려돼 김의원이 탈락. 한때 나창주의원의 입각설이 나돌았는데 이는 지난번 당직인선에 정책조정실장 자리에 내정됐다가 계파안배와 월계수회 멤버라는 이유로 탈락된 보상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 때문.
그러나 나의원은 당초 추천인사 명단속에서조차 빠져 있었다는 것이며 박철언장관도 『절대 그렇지 않다』고 극구 부인.
○양김 2배수로 천거
○…구 민주(김정수ㆍ강보성)ㆍ구 공화계(이희일) 출신은 김영삼ㆍ김종필민자당최고위원의 천거대로 인선.
노대통령은 지난주 두 김최고위원에게 천거를 요청했는데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낙점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2배수로 올렸으나 두 김최고위원이 12일 청와대회의에서 이들 3명에 대해 지명을 하다시피 했다는 후문.
보사장관의 경우 신상우보사위원장,김정수의원이 천거되긴 했으나 김영삼최고위원은 김의원을 일찍부터 염두에 뒀다는 것으로 이는 김의원이 「단명 사무총장」이었기 때문이라는 관측.
김의원은 약사출신에 11,12대 보사위소속 활동경력으로 그런 대로 무리없이 보사장관에 진입.
강의원은 의외의 인물기용설이 퍼지면서 뒤늦게 등장해 다소 생소한 인물. 김최고위원과의 「깊은 관계」가 관심.
결국 김최고위원은 특유의 사람봐주기 스타일에다 강의원이 농림수산위에서의 농축수산물 개방문제 등 농정시각을 가다듬어온 게 뭉쳐져 행운.
한때 거명됐던 최형우ㆍ김동규의원은 당초부터 끼지 않았고 황병태의원은 본인이 희망하지 않았다는 것.
공화계는 처음부터 이희일의원이 유력,「박정희 개발경제 스쿨」의 우등생 3명 중 김용환의원은 정책위의장,최각규의원은 구 공화당사무총장에 중용된 바 있어 이번만큼은 이의원이 낙점.
○노대통령이 직접 통고
○…이승윤부총리의 경우는 합당직후부터 박철언정무장관에게서 언질이 있었다는 후문.
이부총리는 구 민정당 정책위의장시절부터 줄곧 부총리 기용설이 나돌았는데 지난해 조순부총리와의 경제위기논쟁 이후 이의원의 기용 필요성이 굳어져왔다는 것.
특히 민자당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 성장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며 부총리로 기용.
이의원은 16일 오후 7시쯤에야 노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집으로 통고를 받았다고.<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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