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이태현, 희망은 없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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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프라이드 그랑프리 2006 결승전 원매치에 출전한 이태현이 브라질의 히카르도 모라이스(왼쪽)의 공격에 코너로 몰리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과연 희망은 없는가.
 
'천하장사' 이태현(31·팀이지스)이 프라이드 데뷔전에서 맥없이 패하자 비관론이 일고 있다. 이태현은 지난 10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무대에서 히카드루 모라에스(39·브라질)를 맞아 1라운드 8분8초 만에 기권패했다.

프라이드는 "한국 최고 무술인 민속씨름의 최강자가 프라이드에 왔다"고 이태현을 소개했다. 전세계 모든 무술의 강자를 모으려는 프라이드의 의도와 맞아 떨어졌지만 이태현은 팬들이 요구하는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
 
우려했던 대로 체력이 치명적 약점이었다. 3분 안에 온 힘을 쏟아내는 씨름과 달리 프라이드는 1라운드만 10분, 2·3라운드는 각각 5분씩 치른다. 이태현이 많은 러닝을 했다지만 지구력부족을 드러냈다. 이태현은 1라운드 5분 이후에는 펀치조차 제대로 뻗지 못했다. 맞아서 지친 것도 아니고 공방 중에 체력이 바닥나더니 결국 기권패라는 굴육을 맛봤다.마흔이 다 된 노장보다 먼저 지쳤으니 다음에 누구를 만나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기술의 미완성도 우려스럽다. 관절기 등의 기술은 커녕 세번째 테이크다운을 빼앗아 목조르기 기회가 왔을 때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 상대 펀치에 고개를 돌렸고, 공격시에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또 부상과 체력저하 이후 투지까지 사그러든 점도 염려되는 부분.

이태현은 "상대를 넘어뜨리고도 어떻게 경기를 끝낼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기술이 다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책했다.
 
▲미래도 없는 것인가
 
그러나 격투기 전향을 선언한지 한달밖에 안된 선수가 모든 잠재력을 드러냈다고는 보기 어렵다. 너무 일찍 데뷔전을 치러 재능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있다.
 
긍정적인 신호는 펀치 파워와 스피드가 좋았고 끊어치는 맛이 있었다. 정확성만 보강되면 타고난 체격(196㎝·134㎏)으로 볼 때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천하장사답게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자신보다 9㎝나 큰 모라에스도 잡채기, 오금당기기 등 씨름기술에 세번이나 넘어뜨렸다.
 
이태현은 프라이드가 거금을 들여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선수다.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기회를 줄 것이다. 이태현이 스태미너를 보강하고, 자신만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K-1에서 최홍만이 그랬던 것처럼 빠른 속도로 진화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태현은 재기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태현은 "당분간 훈련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실전에 앞서 충분한 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도쿄=김식 기자 (seek@jesnews.co.kr)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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