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물물교환 형태 국경무역 성황 |"정치·이념보다 민생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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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소간에 첨예한 이념 분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도 상호보완을 위한 경제교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치나 이데올로기보다는 생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두 나라 국민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양국간 교역이 가장 가시적이면서도 활기를 띠고 있는 곳은 헤이허(흑하)와 아이훈.
양국 국경을 이루고 있는 아무르강(흑룡강)을 사이에 둔 이들 「국경도시」는 중국동북흑룡강성과 소련의 극동에 각각 위치해 있다.
흑하는 인구7만의 상업도시로 특히 최근들어 소련과의 교역중심지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반면 청조때 전략요충지였던 아이훈은 이후 소규모의 초라한 마을로 전락했다.
거의 매일 버스 한대분 이상의 소련인들이 얼어붙은 아무르강을 건너 흑하로 쇼핑나들이를 하고 있다.
주로 찾는 물건은 보온병·화장품과 기타 생필품으로 이들이 한번 「출동」했다하면 시장마다 물건이 동이 날 지경이다.
쇼핑을 즐기는 부류는 중년의 여성들.
영하32도의 혹한을 견디기위해, 모피코트와 털모자, 목이 긴 부츠로 중무장한 이들은 특히 청바지와 줄달린 시계를 사고 싶어한다. 이 물건들은 소련에서는 구경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갖고 싶어하는 청바지등을 쉽게 구입할 수 없다. 돈이 없어서다.
소련인들은 자국화폐인 루블화를 충분히 갖고 있지만 흑하에서 통용되는 인민폐로의 환전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무르강을 건너온 사람들 가운데는 한차례에 50루블씩을 인민폐로 환전, 이를 모아 두었다가 꼭 갖고싶은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외환사정으로 인해 소련쪽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은 비료·목재·시멘트·철강재와 각종 원자재를 가져오고 있다.
대신 중국으로부터는 운동화·의류·TV등 각종 경공업제품을 사가고 있다.
원자재가 부족한 중국과 원자재는 풍부하되 경공업이 발달해 있지 않은 소련간에 상호 필요에 의한 이른바 물물교환식의 바터교역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송수단.
그러나 앞으로 중소간의 교역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르바초프의 정치 대변혁과 경제개방정책이 중국의 긴축정책과 맞물려 양국간의 교역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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