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세난 해소에 만전을 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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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작은 평형 아파트가 특히 부족한 모양이다. 전세 값도 치솟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값은 0.19% 올라 그 전주의 0.11%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전세난은 자칫 집값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의 대응은 한가롭다. 건설교통부는 "서울과 일부 수도권의 전세 값 강세는 이사철과 쌍춘년 결혼수요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10월부터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세난의 원인이 복합적이고 구조적이어서 안이하게 대처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우선 입주량이 줄어든 게 걱정스럽다. 10월 서울의 입주량은 1794가구로 1년 전의 절반 수준이고, 앞으로도 2~3년간 입주물량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2003년의 10.29 대책 이후 각종 규제로 분양 물량이 줄어든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늘면서 기존 전세물량도 줄었다. 매매가 막히면서 사람들이 전세로 몰리는 것도 전세난의 원인이다. 집값이 너무 올라 내집 마련을 미루거나, 보유세 낼 일을 걱정해 전세로 살겠다는 사람들이 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쉽게 생각할 게 아니라 전세난이 확산되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길 바란다.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잔뜩 올랐는데 전세마저 구하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집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다. 지방에 빈집이 넘치는데 서울과 수도권에선 전세난이 생기는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