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패 뒤 2연승…SK "짠맛 봤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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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부는 바람이 아니었다.

SK가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현대를 5-3으로 눌렀다. 1차전을 내준 뒤 연거푸 따낸 승리로 SK는 열세에서 우세로 돌아섰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 뒤 3차전에서 승리한 팀(8개팀)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직전 현대가 딴죽을 걸었다. 문학구장의 중견수 뒤쪽에 설치된 SK의 상징인 대형 '비룡'풍선을 치워달라고 했다. '타자의 시야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SK는 풀이 죽은 채 설치물을 치웠다. 경기는 15분이나 지연됐다. 그동안 SK선수들은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수비 위치에 서 있어야 했다. SK 홈팬들의 함성도 잦아들었다.

'신경전'은 효과가 있었다. 현대는 1회초 2점을 뽑았다. 정성훈과 브룸바가 각각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반면 SK의 공격은 잠잠했다. 2회말까지 디아즈가 고른 볼넷이 유일한 진루였다.

그러나 '약발'은 잠시뿐이었다. SK는 3회부터 돌변했다. 1, 2회에서 흔들렸던 선발 채병용은 3회부터 철벽 투구를 펼쳤다. 몸쪽에 바짝 붙이는 직구로 스트라이크 두개, 마지막에는 변화구로 삼진이나 땅볼을 끌어냈다. 스물한살 채병용의 넘치는 배짱과 서른한살의 포수 박경완의 노련미가 빚어낸 절묘한 이중주였다.

타선의 집중력도 매서웠다. 0-2로 뒤지던 SK는 3회말 이날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2사 1루에서 이진영이 몸쪽 낮은 공을 힘껏 당겼고, 타구는 쭉쭉 뻗어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었다. 선취점을 내주고도 주저앉지 않는 SK의 저력에 2만6천여 홈팬은 멈출 줄 모르는 파도타기로 화답했다.

SK는 4회말 2사 2루에서 터진 안재만의 적시타에 힘입어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현대는 8회초 막판 추격전을 펼쳤다. 이숭용의 안타와 SK의 수비실책 등을 틈타 3-3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SK는 2차전에 이어 이틀 연속 8회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1사 2루에서 김민재가 결승 3루타를 때렸고, 조원우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5-3까지 달아났다.

4차전은 21일 오후 6시부터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다.

인천=이태일.김종문.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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