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라디오 공연평론가 루드밀라 보르자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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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노래는 국민의 마음, 춤은 국민의 성격」이란 말이 있지요. 표현력이 유독 풍부한 러시아인들이 발레를 이렇게 발전시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겁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건너온 고전발레에 러시아 특유의 정신세계를 반영시켜 현재와 같은 세계적 발레강국이 된 이 땅은 발레예술을 꽃피우기에 안성맞춤으로 비옥했던 셈이지요.』
볼쇼이발레의 내한공연(28일∼4월3일·세종문화회관대강당)을 앞두고 모스크바라디오방송국의 공연평론가 루드밀라 보르자크씨 (40)를 찾아보았다. 지난 80년이래 볼쇼이극장 전속공연단체들이 발레나 오페라 등 모든 국내외 공연을 도맡아 취재해온 그녀는『볼쇼이발레야말로 러시아민족문화의 전통을 가장 잘 담아내는 예술』이라며 볼쇼이발레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내가 처음으로 볼쇼이발레를 본 것은 13세 때였어요. 특히「지젤」의 주역을 맡은 세기적 발레리나인 갈리나 울라노바의 춤에 완전히 반해 울라노바에 대한 신문기사 등 모든 관계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그 울라노바의 탄생 80주년 기념 「지젤」 공연이 있었는데 주역으로 출연한 세미냐카가 울라노바의 높은 예술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더군요.』
그녀는 러시아발레의 전통과 예술성이 이렇게 잘 계승·발전되고 있는 것은 훌륭한 발레교육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련의 발레학교는 발레의 기술뿐 아니라 모든 동작에 정신을 불어넣도록 가르침으로써 발레예술의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것.
『대시인 푸슈킨은 러시아발레를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정신으로 충만 된 비행」이라고 했지요. 모스크바국제발레 콩쿠르입상자들도 러시아발레의 매혹적 특징은 정신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더군요. 음악·무용·연극·미술적 요소들이 거의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 가운데 높은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게 볼쇼이 발레입니다.』
볼쇼이발레가 무대에 오르는 공연장은 전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항상 초만원을 이루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고.
『내가 거의 날마다 드나드는 볼쇼이 극장은 내 집처럼 소중한 곳』이라고 말한 그녀는 볼쇼이발레단이 계속 펼쳐 보일 새로운 예술세계는 우리 모두의 기대를 언제나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스크바=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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