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영화천국] 영화소품도 재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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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를 다 찍고 나면 촬영에 쓰인 의상이나 소품은 어떻게 되나. 설마 엿장수에게 줘버리는 건 아니겠지.

A: 바야흐로 재활용이 전 지구적 추세이듯 영화판의 의상과 소품은 영화판에서 돌고 돌고 돈다. 낡아서 폐기 처분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대개 다른 영화에서 다시 쓰일 날을 기약하며 창고로 향하는 것이다.

의상과 소품의 행방에 대해 추적하려면 일단 이들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현대물인 경우 대개 소품을 빌린다. 어디서 빌리느냐.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양수리 종합촬영소 소품실이다. 사설 대여실도 몇 군데 있다. 양수리 소품실은 없는 게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만약 없는 게 밝혀질 경우 협찬을 구하기도 한다. 협찬이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는? 영화사에서 만들어 쓰는 수밖에 없다.

사극은 다소 골치가 아프다. 시대별.입맛별로 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의상팀이나 소품팀에 의뢰하거나 해외에서 만들어온다. 인조반정을 배경으로 한 '청풍명월'은 의상 6백여벌.무기 1천여점 등을 만들었다. 어연, 즉 상감마마가 타는 가마는 제작 기간만 넉달, 제작비 5천만원이 들었을 정도다.

그래서 '청풍명월'은 영화 개봉 후 의상과 소품 전시회까지 열었다. 삼국시대가 무대인 '황산벌'도 중국에서 갑옷 2백50여벌과 무기 1백80여점을 만들었다.

자, 이렇게 만들거나 빌리면 사후 처리는 어찌 하나.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리라'는 예수의 말씀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영진위에서 빌려온 건 양수리로 돌아가고 협찬 받은 건 협찬사에 돌려준다.

빌릴 수 없어 만든 것을 영화사가 갖게 되면 처치가 곤란하다. 그래서 애초부터 납품한 의상팀이나 소품팀이 갖기로 하고 만들거나 아니면 다 쓴 뒤 그들에게 다시 파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영화에 쓰인 물품을 인터넷 경매에 부치는 사례도 늘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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