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체들 '허영 마케팅'으로 '폭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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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 350

'3612만원에 한국에 들어온 외제차가 7082만원에 팔린다'.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올 1분기 수입차의 대당 평균 수입가격(환율 960원 적용)과 국내 평균 판매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관세 등 각종 세금과 마케팅 비용, 수입상과 딜러 마진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당 평균 3470만원이나 남겼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수입차업체들이 비싼 호텔에서 신차발표회를 하고 각종 드라마에 협찬하는 등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쓰기 때문에 가격에 거품이 낄 여지가 많다"며 "비싼 차를 타야 폼을 잡을 수 있는 국내 소비자의 허영 심리를 수입차업체들이 파고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에서보다 훨씬 비싼 수입차 가격=지난해 1005대가 팔린 도요타 렉서스 LS 430의 국내 판매가는 1억1090만원이다. 이 차와 같은 옵션을 단 차량의 미국 판매가격은 6만 달러(약 5760만원)로 한국에서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이 차는 모두 일본에서 생산되지만 운송비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벤츠 S 350은 국내 가격이 1억6290만원인데, 미국에선 6만5675달러다. 풀옵션을 해도 8만~9만 달러로 국내보다 7000만원 이상 싸다. BMW 750i는 국내에서 1억6870만원, 미국 풀옵션 판매가는 7000만원 이상 싼 9만 달러 선이다. 수입차 베스트셀러인 렉서스 ES 350(풀옵션)의 미국 판매가는 3만5000달러 전후인데 국내 판매가는 6360만원으로 미국에서보다 80% 이상 비싸다.

이처럼 비싸게 팔다 보니 국내 수입차회사들은 이익을 많이 냈다. 도요타코리아는 2001년 한국 진출 이래 2002년 이익을 내기 시작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에 송금한 배당금이 180억원으로 한국에 투자한 돈(90억원)의 두 배다. 벤츠코리아도 지난해 92억4000만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BMW코리아는 2000년 이후(2004년은 소폭 적자) 본사에 송금한 배당금만 1000억원이 넘었다.

◆ 딜러 마진이 국산차의 두 배=수입차업체들은 각종 세금이 누진적으로 붙는 데다 판매 대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풀옵션 차량만 수입하기 때문에 미국.일본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한국 내 수입차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아 수입규모가 작고 그래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며 "국산차 대비 성능이나 디자인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소 비싸더라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업계 관계자는 외제차가 비싼 이유 중에는 수입차업체와 딜러의 마진이 너무 높은 것도 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구희철 과장은 "수입차의 딜러 마진은 국산차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며 "세금을 감안할 때 수입차의 적정 소비자가격은 CIF(운임.보험료 포함 가격)의 1.5배 정도가 적정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수입차(소비자가 7400만원)의 경우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다. 국내 항구에 도착하는 이 차의 대당 가격(CIF)은 3801만원. 여기에 8%의 관세가 붙고, 이 금액에 10%의 특별소비세와 특소세의 30%인 교육세가 추가된다.

또 판매가의 10%인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세금만 1517만원에 이른다. 또 수입차 회사(15%)와 딜러 마진(12~15%)이 붙으면 CIF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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