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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구나시리 방문 본사 기자에 어머니 호소(주사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국의술로 난치병 딸 살려주오”
『한국은 의료기술이 발달되어 있다고 하는데 하나밖에 없는 우리딸을 살릴수 있는 길이 없겠습니까.』
지난5일 일소간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일본북방 4개도서」중 하나인 사할린 남동쪽의 구나시리섬을 한국기자로서는 처음으로 들어가 취재하던 기자가 이 지역의 공산당 제1서기를 만나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때 40대의 한 소련여인이 울먹이는 소리로 기자에게 뭔가 호소했다.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는 기자에게 세호브트세프 제1서기가 설명해줬다. 『딸이 불치의 병에 걸려있으니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한국기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에서 달려왔다는 것이다.
에브도키아라는 이름의 이 여인이 밝힌 그녀의 딸에 대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에브도키아씨(46)의 딸 에레나(18)가 이상한 병증세를 느낀 것은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시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에레나는 찬바람만 쐬면 온몸이 퉁퉁 붓는 증세가 나타났다. 특히 다리에 힘이 빠져 거동하기가 불편했다.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달려가 딸을 데리고 도네츠크시를 비롯한 인근 도시에 있는 큰 병원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별 차도가 없었다.
지난해 9월초 모녀는 모스크바까지 가서 진단을 받았으나 병명이 「웨버­크리스찬 지방층염」(주로 다리쪽의 지방층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라는 것만 알았지 치료는 어렵다는 의사소견을 들었다.
에브도키아씨는 마지막 수단으로 소련연방정부 보건장관에게 탄원서를 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로 소련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만 받았다.<구나시리(쿠릴열도)=안희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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