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 세계 챔프 vs 신참 초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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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 . 왕시 5단(중국) ● . 김형우 초단(한국)

중국의 대형 신인 왕시(王檄) 5단은 중국 프로기사 중 최고의 스포츠맨이다.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도 시원해 여자 기사들에게 인기가 높다. 2년 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이세돌 9단에 패해 준우승하더니 올해는 아시아 TV선수권전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2세로 중국 랭킹 5위. 왕시는 이미 신예가 아니다. 세계 정상의 한자리에 이름을 올렸다고 봐야 한다. 왕시의 경력이 너무 화려해서인지 이에 맞서는 김형우 초단은 더욱 가냘퍼 보인다. 사실 프로생활 8개월인 그는 결승까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8세, 충암고 3학년.

장면1(49~54)=초반의 흐름이 팽팽하다 싶을 때 흑을 쥔 김형우 초단이 49 하나를 선수하더니 51로 곧장 돌입해 왔다. 예기치 않은 강수에 왕시는 놀란 얼굴이다. A로 육박하는 수는 흔하지만 51로 파고드는 수는 드물지 않은가. 왕시는 52,54로 곧장 잡으러 왔다.

흑 두 점이 이대로 잡히면 끝이다. 그러나 김형우는 삶의 코스를 읽어두고 있었다. 멀리 49의 축머리가 삶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장면2(55~63)=55부터는 외길 수순이다. 쌍방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 그러나 63이 놓이자 어지럽던 장면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백은 A로 끊을 수 없다. 흑B로 끊어 회돌이치는 축몰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축이 멀리 흑?들에 걸리기 때문이다. 세계 챔프 왕시가 초단 김형우의 강습에 위기를 맞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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