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정보의 비대칭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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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무리 민주적이고 투명한 사회라고 해도 불공평한 일은 늘 있게 마련이다. 그중에 가장 심각하면서도 해소하기 어려운 불공평은 아마도 정보의 배분이 아닐까. 나만 알고 남들은 모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정보는 재산처럼 겉으로 드러나거나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공평하게 나누기가 더욱 어렵다.

실생활에서도 정보의 불완전하고 불공평한 배분, 즉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때문에 많은 문제가 빚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중고차를 살 때다. 통상 중고차 판매상은 팔려고 내놓은 차에 대해 구매자보다 훨씬 더 잘 안다. 구매자가 차의 품질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판매상은 성능이 떨어지는 차를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팔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구매자들도 가만있지 않는다. 평판이 나쁜 판매상과는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가게문을 닫을 수도 있다.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한두 번 재미를 볼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소비자를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지낸 조지 애컬로프 교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레몬시장(Market for Lemons)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탔다. 레몬은 형편없는 중고차처럼 하자 있는 상품, '빚 좋은 개살구'라는 뜻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장면은 주인-대리인 관계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전문가에게 판단과 의사결정을 맡기는 일이 잦아진다. 주주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대리인이 진정으로 주인을 대신해 성심성의껏 일한다는 보장이 없다. 일을 맡긴 주인은 일의 내용을 전문가만큼 알 수가 없기에 제대로 감시.감독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한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주인의 이익을 해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바다이야기' 파문은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된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다. 주인인 국민이 국정을 맡겨놨더니 대리인인 정부가 엉뚱하게 온 나라를 도박판으로 만들어 놨다. 그러고는 자기들만 아는 정보를 가지고 정책의 실패일 뿐 게이트(권력형 비리)는 아니라거나, 개가 짖지 않아서 몰랐다고 강변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주인은 대리인을 바꿀 수밖에 없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