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총, ˝문화예술의 총본산˝ 제자리 찾아야|강선영 새 회장체제 출범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강선영씨가 새 예총회장에 취임하면서 예총이 위상을 재정립,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자율화·민주화시대인 90년대를 맞아 예총이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16쿠데타이후 발족, 권위주의정권의 문화예술정책에 동조하고 정치적 지원까지 해온 예총의 위상에 대해 그동안 비난의 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마땅히 문화예술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나아가 창작활동을 지원해야할 예총이 정부의 의사를 대변이나 할뿐 본래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정부의 하부구조」「어용단체」등으로 비난을 받아도 할말이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솔직한 위상이었다.
예총은 87년 4·13호헌조치를 적극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가 두달 뒤 6·29선언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문화예술인들의 전체적인 의사와는 상관없는「정치적」인 입장표명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예총이 정치적 성명을 내진 않고 있지만 「예총무용론」「예총해체론」까지 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예총산하단체인 문인협회와 영화인협회등이 탈퇴움직임을 보이는 등 예총과 산하단체와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연극인은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금이라도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것』이라고 까지 말했었다.
따라서 강선영 신임회장으로서는 이러한 예총의 위상을 하루빨리 바꾸고 예술인들의 모임으로서 본연의 자세회복에 나서는 일을 해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예총이 실질적인 문화예술단체의 총본산으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고 이미지를 쇄신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문화부가 새로 발족된 만큼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과거 문공부와의 상하식 구조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 서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껍질을 깨는 아픔을 각오하고라도 구시대인물들을 과감히 배제시키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예술인들은 말하고 있다.
또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재정적자립이 중요하다. 얼마안되는 문예진흥기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직원들 봉급주는 일밖에 할수 없다. 재정적자립을 위해선 기업인이나 기업체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후원회조직등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지방화시대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예총과 지방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정치적 이유로 답보상대에 있는 남북문화교류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비정치분야인 예술의 남북교류가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란 시대적 사명감을 인식, 문화예술인들이 남북문화교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예총은 정부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도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예술의 남북교류를 위한 방안들을 내놓아야하며 정부당국의 정치적인 입장에 따른 교류방법론에만 충실하는 하부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높다.
예총의 본래 목적인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지원과 권익옹호·복지문제등에 필요한 창작 및 연금금고 등 제도·재정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유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