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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 공원(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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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쌈지마당」은 좋은 생각이다. 마당없는 달동네의 자투리 땅에 나무라도 몇그루 심고,여기저기 벤치를 놓으면 한결 훈기가 돌 것 같다.
「쌈지공원」도 마찬가지다. 숨막히는 도시의 콘크리트 정글속에 녹지를 만들고,사람들이 느긋이 등이라도 기대고 앉을 만한 자리를 마련하면 행인들의 기분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문화부의 그 구상은 문화부답게 좀 다듬어야 한다. 「문화환경이 곁들인 작은 휴식공간」은 브리핑처럼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바로 우리는 그런 경우를 동네의 어린이놀이터라는 데서 보고 있다. 지팡이같은 나무 몇개 꽂아놓고,차가운 시멘트 벤치 몇개 놓는 것으로 공원이나 마당이 될 수는 없다.
장승을 세우고,장기판과 윷놀이판을 벌인다는 아이디어도 그렇다. 장승얘기는 몇년전 서울 조선호텔 생각이 난다. 그 입구에 한국적인 토속문화를 보여준답시고 장승을 세워놓았었다. 그러나 결국 사람들의 눈에 거슬려 철거되고 말았다. 도시의 임립한 빌딩가나,달동네 한구석에 장승이 서있을 광경을 한번 상상해보라.
그것이 과연 얼마나 아름답고 또 무슨 감명을 주겠는가. 장기판이나 윷놀이는 십중팔구 내기놀이판이 되고 말 것이다.
모처럼 문화부가 구상한 공원이나 마당이면 당연히 도시환경에 어울리는 세련되고 세심한 설계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 마련도 없이 관사들의 안이한 발상으로 시멘트 구조물이나 설치하고,볼썽사나운 장승이나 세워놓으면 그것이 문화환경일 수는 없다.
선진국에 가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디자인이다. 도시의 구조물치고 디자인 아닌 것이 없다. 하다못해 구멍가게를 차려도 벽 장식하며,간판하며,상품 진열 등 모두가 특색과 재치와 운치가 있다. 가로수까지도 미용사가 어루만진 듯 모양을 냈다. 우리나라 도시도 이제는 멋도 생각하고,특색도 살려야 한다.
또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후관리다. 관사들은 흰장갑 끼고 가위 들고 테이프 끊고나면 그만이다. 공원은 거의 버려진 채 있다. 예산 없다는 것이 좋은 핑계다. 공연히 우범지대 아니면,쓰레기장이나 넓혀주는 꼴이 되기 쉽다. 심어놓은 나무도 어느 세월 자라라는 것인지 막대기를 세워놓은 꼴이다.
쌈지마당이나 공원이 문화부의 「작품」이기를 기대해서 하는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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