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천여 괌 교민 오순도순 똘똘 뭉쳤습니다(마음의 문을 열자:25)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인회 앞장 갈등 이겨내/비행청소년 계도ㆍ민속놀이로 일체감 조성 『이제 이곳 한국인들의 결속력은 다른 어느나라 사람들도 따라올수 없습니다. 그동안 심한 내부갈등이 있긴 했지만 요즈음엔 일본ㆍ필리핀 사람들이 선망의 눈으로 봅니다.』
인구 13만명,거제도크기의 「인종백화점」인 괌에 살고 있는 5천여 교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모두 중류이상의 여유있는 생활에다 신용ㆍ성실성을 확실히 인정받고 있어 자신에 찬 표정들이다.
「열대낙원」 「환상의 섬」으로 불리는 국제적 휴양지 괌은 미국령이면서 각국의 이주민과 관광객이 1년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설을 갓 지낸 3일 괌 중심부 아가냐의 한국영사관에 모인 원로교민들의 자랑이 시작된다.
이보헌전한인회장(52)과 안정길부회장(50),오부근한인신문발행인(48),윤영수건설협회장(50),그리고 이달만 임기가 끝나는 노영우영사(42) 등 교민사회 유지들의 단합대회다.
『맨주먹으로 시작,특히 건설업에서 기반들을 꽉 잡았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40년대부터 대거 이민을 시작해 괌인구 40%를 차지하며 건축ㆍ상업을 장악했지만 한국인들은 근면과 단결력으로 이들을 제쳤다.
『이젠 건축뿐아니라 자동차정비 등 모든 기술분야는 한국인들이 쥐고있죠.』 안부회장이 덧붙인다.
일본인들이 호텔경영 등 큰 자본이 드는 관광업계에서 재미를 보는데 비해 한국인들은 일상생활 관련업종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
타무닝,하문지역에 코리아타운이 형성되고 곳곳에 한국간판이 눈에 띄며 현대 등 국산자동차가 거리를 누빈다.
그러나 오늘의 밝은 한인사회가 형성된 것은 시련과 갈등이 뒤엉킨 어두운 과거를 힘을 모아 이겨낸 결과였다.
건설근로자로 들어와 정착하거나 70년대초 월남패망후 그곳에서 상업 등 생활을 하다 이주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한인들은 처음에는 생계에 바빠 친목은 고사하고 생계를 위한 경쟁자 입장이어서 다툼이 잦았다. 특히 건설업계에선 서로 덤핑경쟁하기가 예사여서 종종 「어글리 코리언」이란 불명예스런 호칭이 뒤따르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본격 한인사회가 형성되면서 각종 사건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84년 계주 4명이 40여 교민주부들로부터 1년 가까이 거둔 곗돈 1백50만달러를 몽땅 챙겨 미국본토로 달아난 이른바 「계파동」.
고소사태로 번지고 현지신문에서 「한국판 마피아」라고까지 보도한 수치스런 사건이었다.
이어 85년엔 건축기사 정용래씨(38)가 사소한 시비끝에 동료교민의 칼에 찔려 숨지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또 같은해 새로 이민온 10대소년이 「건방지다」는 이유로 같은 또래 5명에게 집단구타당해 숨지고 일부 청소년 사이에 마약ㆍ코카인 등 약물복용이 번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교민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지요.』
87년봄 환각10대 소년들이 교민여학생을 공원에서 집단성폭행한 사건을 계기로 한인회는 태권도 사범 등 1백여 청년회원들을 동원,비행청소년단속ㆍ계몽활동을 시작했다.
생활에 바빴던 교민들도 한인신문의 「한인사회를 살리자」는 캠페인에 적극 호응,2세 선도교육과 노름안하기 운동을 전개했다.
매년 설날ㆍ추석때 소규모로 해오던 축제행사도 2만평규모의 이파오해변공원을 전세내 거의 전교민이 참가하는 운동회와 노래자랑ㆍ씨름 등 민속놀이판으로 바꾸고 국내 인기연예인 초청공연도 함께 가졌다.
모자라는 비용은 유지들의 주머니를 털어 충당했다.
『노영사 등 영사관 직원들이 휴일근무를 자청,민원처리를 하고 각종행사에 빠짐없이 참석,민관유대를 강화한 것도 교민결속에 큰 역할을 했죠.』
청소년들의 탈선이 눈에 띄게 줄었고 교민끼리의 불미스런 사건ㆍ사고가 8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한건 발생하지 않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그러나 국내에서 취업해온 건설근로자들이 국내에서 했던것처럼 잦은 임금인상ㆍ처우개선요구 분규를 일으킬때,또 어렵게 모국을 찾았을때 「양키」취급을 당할때면 「개척자」라는 자부심이 비참히 깨진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
이들은 개발전망이 무진장한 괌과 미크로네시아지역에 부지런한 한국인들이 많이 정착해와 동포애를 나누며 함께 뛸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괌=김석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