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카 드림』제작 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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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화계에 『아메리카 드림』파문이 일고있다.
『아메리카 드림』은 미국입양 한국인 고아문제를 다룬 정도상씨의 소설로 김수용 감독이 영화화하려는 작품.
한국인 입양고아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미국인의 친자식을 위해 장기이식을 해준다는 내용이다.
김 감독의 이 같은 영화제작 소식을 들은 주한미공보원장 존 M 리드씨가 이 달초 한 일간지의 독자투고란을 통해『미국인 부부가 자기아들에게 한국고아의 심장을 이식하기 위해 한 고아를 입양했다는 내용은 근거 없는 이야기로 김 감독은 금전상 이득을 위해 인간적 충동마저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또 대한의학협회도 정부 각 부처에 보낸 공문에서『「아메리카 드림」이 제작 상영될 경우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아동의 입양을 비윤리적으로 인식시킬 뿐 아니라 인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영화제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감독 등 영화계는 미국 공보원이나 의학협회에서 말하는 심장이식은 신장이식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밝히고 시나리오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잘못 전해진 내용을 근거로 영화제작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지극히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영화계는 또『설사 심장이식을 목적으로 한국고아를 입양한 내용일지라도 영화제작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명백한 문화간섭이며 창작권의 침해』 라고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영화 『아메리카 드림』의 내용은 한 한국인 입양고아가 다정하게 지내던 미국인 형제가 시한부 삵의 고통을 겪는 것을 보다못해 스스로 신장이식을 자청한다는 것으로 반미감정의 유발은 커녕 오히려 한미간의 정을 돈독히 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그러나『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자신에게 확인전화 한 통도 없이 영화의 내용을 오해하고 신문지상에 자신을 마치 돈벌이에 급급한 장사꾼처럼 매도한 것은 자신은 물론 한국영화계 전체를 모독한 명예훼손』이라고 미 공보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신에서 항의했다.
감독위원회 김호선 위원장도『영화내용이야 어쨌든 미국의 공공기관이 공개적으로 한국영화에 대해 극히 격렬한 어조로 비난하는 것은 타국의 예술창작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라고 말하고 조직적으로 이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계는『아메리카 드림』에 대한 미국 공보원의 성급하고도 과민한 반응에 대해 근래 영화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미U I P 영화직배 반대운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대사관은 UIP반대운동에 대해 공정거래에 대한 침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번『아메리카 드림』을 계기로 역공을 노린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다.
한편 제작사인 극동스크린은 오해 때문에 빚어진 문제인 만큼 제작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예정대로 이 달 말께 미국현지에서 크랭크 인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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