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맞붙은 개혁대 보수 |2선 앞둔 노총 위원장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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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백80만 조합원을 가진 한국노총의 제14대 위원장선거(3년임기)가 22일로 공고됨에 따라 노동계에 선거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노총집행부는 7일 이번선거를 오는 22일 실시(서울 88체육관)한다고 공고해 선거전에 불을 붙였다.
이번 선거는 지난 1년3개월동안 노총개혁노선을 앞세워 온 현박종근위원장(52·전섬유노조연맹위원장)과 상대적으로 보수노선인 이시우자동차노조연맹위원장(52)의 대결로 압축된 노선다툼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양진영은 별도로 차려놓은 선거대책본부를 본격 가동,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진행중이다.
노총의 20개 연맹별로 선출되는 5백70여명의 대의원에 의해 투표로 치러질 이번 선거는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노총의 90년대 운동방향을 가름하고 전노협과의 관계설정, 대정부관계등에도 변모를 가져올 수 있어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씨는 노총의 과거를 「오욕의 역사」로 규정하고 민주화시대에 걸맞은 노총의 개혁을 주장해 왔고 이씨는 노총이 중심을 유지하며 「안정속의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노총본류파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성격면에 있어서도 박씨가 두뇌플레이형인 반면 이씨는 뚝심형이다.
두 사람은 88년11월 당시 김동인노총위원장이 민정당의원으로 진출함에 따라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대결, 박씨가 14표차(2백61표대2백47표)로 당선됐던 숙적이어서 이번 선거는 숙명적 재대결이 된다.
당시 이씨는 노총위원장 직무대리라는 기득권과 조직으로, 박씨는 선명성과 개혁공약으로 맞서 「바람」에 의해 박씨가 신승을 거두었으며 이번 선거 역시 권토중래를 다짐하며 세력을 키워온 이씨의 「조직」과 박씨의 「바람」이 맞붙은 양상이다.
선거는 양진영 서로 승리를 장담해 백중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박씨는 금속·섬유·광산등 제조업관련 연맹과 시·도협의회의장들이, 이씨는 자동차·철도·연합등 비제조업연맹위원장들이 지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결국 화학·금융연맹의 대의원표를 누가 많이 흡수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며 각연맹 위원장 의사에 대의원들이 얼마나 따라줄 것인지가 변수다. 양측은 이에따라 이탈표 방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 대의원은 연맹비를 납부한 조합원 2천명당 1명씩 선출되며 선거전날에야 확정된다.
양측의 신경전은 1월중순의 괴문서사건이후 극심해져 감정대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고 『금품이 오간다』는 공방전이 벌어지는등 과열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전국의 주요노조등에 우송된 괴문서는 박위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으로, 명의가 「노총사무총국양심선언」으로 돼있어 사무총국측이 반박성명까지 내기도 했다.
여기에 박위원장의 노선에 정부측이 불편한 심기를 갖고있다는 풍문과 함께 옛날과 같은 「외부 입김설」까지 퍼져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박씨 진영은 이씨가 노총의 새로운 탈바꿈에 소극적인 인물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이씨 진영은 박씨가 말만 앞섰을 뿐 전노협 문제등에 있어 별다른 성과가 없이 독주만 하고 있다고 맞불을 붙이고 있다.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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