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보수파 당간부 숙청 암시/소련 공산당 중앙위 총회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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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혁 열띤 공방… 고르바초프 사임 요구도/당명은 물론 국명도 바꿀 가능성 일 산케이 보도
6일 폐막될 예정이던 소련 공산당 중앙위 총회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내놓은 획기적인 정치개혁안과 당구조 개편안을 놓고 리가초프를 필두로한 당내 강경 보수파와 급진 개혁파간에 열띤 공방전이 벌어져 의사일정이 하루 더 연기되는등 진통을 거듭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참가자들은 6일밤 폐막될 예정이었던 회의가 하루 연장된 것은 2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강령초안에 대한 수정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7일 회의에서 강령초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것과 함께 리투아니아 공산당의 중앙당 이탈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위의 한 소식통은 고르바초프의 말을 인용,60명으로 구성된 강령 심사위원회가 휴식도 없이 철야작업을 강행했음에도 불구,작업이 절반밖에 완성되지 않았으며 7일 오전 10시 전체회의가 속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은 이날 회의 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졌으며 강경 보수파인 리가초프등은 다당제 민주주의를 허용하려는 고르바초프의 게획을 맹비난,개혁파들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리가초프는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당내 민주화에 대해 『파괴세력들이 소련사회를 파괴와 혼란,그리고 도덕적ㆍ육체적 공포의 위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당을 무정형의 정치단체로 전락시키는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페레스트로이카와 소련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민족주의와 분리주의,그리고 반사회주의 형태의 강력한 세력으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반사회주의 민족운동 조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공산당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강조했다.
리가초프는 이날 연설도중 여러차례 박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가초프는 그러나 공산당의 권력독점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6조 폐기에 지지를 보낸것으로 전해졌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당체제 혁신제의에 라가초프가 지지를 보낸것은 보수파중 상당수가 다당제 도입을 선호하고 있는 시사로 보인다고 관측통들은 말했다.
미드체프는 한편 중앙위 회의에서 연설한 인사들은 모두 당대의원들을 직접 선거로 선출하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강경 보수파 가운데 한사람인 브로비코프 폴란드 주재 소련 대사는 5일 회의에서 고르바초프가 제안한 당강령 개혁안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그의 사임을 강력히 촉구했다.
브로비코프는 고르바초프의 당내 민주화 청사진이 『과도한 정치적 슬로건과 광란적인 구호로 가득차 있으며 과거와 현상황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에 기초한 헛된 이상 덩어리로 이론적 명료성 조차 결여돼 있다』고 비난했다.
○…정위원 2백49명과 후보위원 1백8명,참관인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일 속개된 이날 총회에서는 일부 강경파 정치국원의 숙청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며 그 대상자로는 옐친의 뒤를 이어 모스크바 시 당제1서기직에 오른 자이코프,고르바초프 집권 이전부터 정치국원을 지내온 마지막 보수원로인 보론트니코프 등이 물망에 올랐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고르바초프가 앞으로 한달 이내에 또 한차례의 중앙위 총회를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과 관련,보수파에 대한 숙청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정치 분석가들은 전망했다.
분석가들은 고르바초프가 당대회의 조기 소집을 강력히 주장한 것은 권력 상층부내의 갈등이 심화돼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소련은 장차 「소련공산당」이라는 당명은 물론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이라는 국명까지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산케이(산경)신문이 7일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가까운 소식통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당명을 바꾸자는 의견이 이미 당내 일부에서 제기돼 새 당명을 검토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당명을 바꾸게 되면 사회주의의 이름은 남을지 모르지만 소련 공산당은 새로운 사상과 내용을 가진 당으로 탈바꿈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명 변경안이 6월말이나 7월초에 개최될 당대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따라서 빠르면 당대회후 새 정당이 생겨날지 모른다고 전했다.
○…소련에 다당제를 도입하겠다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발언은 중국인들 사이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다당제 수용 불가피성을 시사한 고르바초프의 당중앙위 총회 개막연설 내용을 하루가 지난 6일까지도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미국의 소리방송(VOA)이나 영국의 BBC 방송 및 모로스크바의 국영 라디오 방송등을 통해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다당제 수용발언을 청취,심리적 동요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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