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청첩장의 계절 Gold Miss 다이어리

중앙일보

입력 2006.08.31 16:00

업데이트 2006.09.0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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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미스'를 아시나요. '경제력이 있는 30대 싱글 여성'을 그렇게 부른답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 이들의 한숨 소리가 유달리 큽니다. 여자들은 넘쳐나는데 괜찮은 남자는 눈 씻고 봐도 없다나요. 그래서 생긴 신조어가 '골드 미스터'. 귀하디 귀한 총각들을 칭하는 말이랍니다. 아니라고요? 괜찮은 여자가 여전히 부족하다고요? 그래서 'week&'이 나섰습니다. 골드 미스와 골드 미스터의 현주소는 어딘지, 미혼 남녀들은 어떤 '동상이몽'을 그리는지. 골드 미스의 말 못할 속고민도 들어봤습니다. 과연 누가 '골드'나 '실버', 혹은 '플래티늄'일까요.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 중견 인터넷 업체에 다니는 이경수(31) 대리는 요즘 바쁘다. 소개팅 약속이 넘쳐서다. 많으면 일주일에 네 번, 적어도 매주 한 번씩은 약속을 잡는다. 저녁은 물론 점심 시간까지, 하루 '두 탕'을 뛰는 날도 있다. 만나는 여성들의 나이는 25~31세. 교사.회사원.스튜어디스.의사 등 직업도 다양하다. "괜찮은 여자가 많아 고르기 힘들어요. 여자를 만나도 '아니면 말고'라는 마음이 들 정도고요."

# 같은 사무실의 최수진(30.여) 과장은 이런 이 대리가 부럽기만 하다. 최 과장의 주말은 말 그대로 썰렁하다. 마지막 소개팅을 한 지도 몇 달이 지났다. 간혹 소개를 받아도 터무니 없이 나이 많은 남자들뿐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해요. '왜 괜찮은 여자들만 넘치는 걸까. 남자들은 다 어디 숨었을까' 하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소위 '등급 이론'. "남녀 모두 A~F급까지 있다면 남자 A급과 여자 B급, 여자 C급과 남자 B급이 연결되죠. 결국 남는 것은 여자 A급과 남자 F급뿐이에요."

요즘 결혼 시장에선 '골드 미스터'가 상한가다. 30대 싱글 여성이 늘면서 결혼 적령기의 남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직장이 있는 30대 초.중반의 남성이 바로 '골드 미스터'. 30대 여성은 동년배를, 20대 여성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30대 남자를 원하기 때문에 골드 미스터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이에 비해 고학력.고소득의 골드 미스는 결혼 상대가 될 만한 남자가 부족하다는 하소연이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24년 동안 중매업을 한 이옥자씨는 "결혼 시장에도 유행이 있다"고 말한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가 넘쳤다. 당시 조건 좋은 20대 여성들은 결혼을 미루고 일에만 몰두했다. 요즘은 반대다. 남자 회원이 하루 한 명 접수하면 여자 5명이 새로 등록한다. 결혼정보 업체 듀오.선우 등에 따르면 30대 미혼남녀의 '여초 현상'은 심각하다. 남성 한 명이 소개받을 수 있는 여성은 두세 명꼴이란다. 선우의 조정연 매니저는 "한마디로 시장 원리"라고 설명한다. "30대 여성들이 뒤늦게 결혼을 희망하고 있는 거죠. 요즘은 취업난 때문에 20대도 일찌감치 결혼 전선에 나섭니다. 남자는 한정돼 있는데 여자들만 넘치는 거예요."

'골드 미스'의 상황은 이와 정반대다. 명가결혼의 오정숙 원장은 전문직 30대 여성이 너무 많아 문제라고 말한다. "명문대를 나와 외국에서 박사까지 마친 아가씨들, 제일 힘들어요. 본인 눈 높지, 남자들은 여자가 너무 똑똑하다고 안 만나려 하지…." 결혼 상대로 가장 인기 있다는 공무원 중에도 '골드 미스' 는 예외다. 중앙부처 사무관 남모(32.여)씨는 "여자 동기 중 결혼한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며 "학력과 직업이 좋은 게 남자 만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골드 미스터의 출연은 남자가 부족해서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30~34세 남자는 모두 205만9913명으로 같은 나이의 여자(203만6369명)보다 1.2% 많다. 또 25~29세의 여자(181만3515명)보다는 13.5% 많다. 업계 관계자들도 성비 불균형이 아니라 눈높이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32세 이상 남성 78% "4 ~ 6세 연하녀" 29세 이상 여성 83% "1 ~ 3세 연상남"

본지가 듀오의 미혼 남녀 회원 102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32세 이상 남성의 78.43%(이하 복수 응답)가 "4~6세 어린 여성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 반면, 29세 이상 여성의 83%는 1~3세 많은 남자를 원했다. 여성 응답자의 57%는 '동갑이나 연하'를 희망했지만 동갑이나 연상을 만나겠다는 남성은 전체의 8%에 머물렀다. 결혼이 늦어질 때 먼저 포기하겠다는 조건도 달랐다. 남성 회원은 결혼이 늦어지면 상대의 집안과 학력을, 여성 회원은 외모를 따지지 않겠다고 답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남자는 나이, 여성은 상대의 경제력을 꼽았다. 듀오의 이권희 팀장은 "30대 남성은 상대의 직업보다 나이를 더 중요하게 보는 등 30대 남녀의 눈높이가 다르다"며 "이래서 골드 미스들 사이에서 남자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향 지원'하는 여성도 생겨난다. 조정연 매니저는 "30대 여성 10명 중 한두 명은 조건을 낮춰 결혼에 성공한다"며 "과거와 달리 전문직 여성이 자신보다 연봉이 훨씬 적은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말 연하의 미국인과 결혼한 김모(32.통역사)씨는 "비슷한 나이의 남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고 보수적인 한국 남자보다 외국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결혼문화연구소 김혜림 연구원은 "고학력.고소득 여성일수록 선택할 수 있는 남자의 폭은 좁아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들도 자신보다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만남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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