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권이 경계해야 할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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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당 추진에 정책 왜곡 없어야
신여권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는 관심을 갖고 주시할 일이지만 혹시라도 신당추진을 위해 국정운영을 편의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는 이미 위인설관식의 제도변경론을 경계한 바 있지만 신당의 세력규합을 위해,또는 신당추진세력의 입장강화를 위해 국정이 결정되거나 감투를 늘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거듭 강조해두고자 한다.
가령 지난 3일의 1노2김회담이 합의한 일부 구속자석방,김대중평민당총재에 대한 공소취소와 같은 일들은 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국민화합 차원에서 구속자를 석방할 필요가 있다면 일반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 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 신당에 참여하는 민주당세력의 체면 또는 생색을 위해 이런 결정이 나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특정정파의 입장강화를 위해 정치가들의 모임에서 누구는 석방하고 누구는 석방 않고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며,공소취소나 석방을 한다면 같은 죄목의 다른 구속자에게도 똑같은 조치가 베풀어져야 사리에 맞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정가에는 벌써 신당의 늘어난 정치인구를 소화하기 위해 의원수를 늘린다는 얘기,통합되는 3당의 사무당원들을 국영업체등에 소화할 것이라는 얘기,이탈ㆍ반발세력들을 무마ㆍ규합하기 위한 요직 보장설 등이 나돌고 있다.
우리는 이런 얘기들이 다 근거없는 억측이기를 바라지만 혹시라도 이런 방식으로 신당의 세력을 확보하고 입장을 강화해나가자는 발상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을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국정운영이나 인사가 신당추진 때문에 왜곡되거나 종속되는 현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야당세력의 여권합류로 기존 정책의 변경이나 각종 개혁조치의 확대ㆍ가속화 등은 있을 수 있고 또 바람직하기도 하지만 국정운영과 신당추진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문제다. 신당추진이 잘되면 개혁을 적당히 하고 잘 안되면 개혁을 급격히 한다는 식이 돼서는 결코 안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각 정파가 빨리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ㆍ공화당측은 야당시절이라면 용인될 수도 있었던 「한건주의」를 더이상 추구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에 요구해 성사되면 그것으로 「한건」을 올린 것이 되고 성사가 안되더라도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야당이 이젠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민정당도 이젠 같은 배를 타기로 한 민주ㆍ공화측에 대해 여전히 과거처럼 협상을 통한 타협과 절충으로 국사를 운영하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더라도 객관적인 타당성과 기준을 도출해내야지 3당이 나눠먹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신여권이 하루빨리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스스로 내세운 「새 문법의 정치」를 보여주기를 바라면서 앞으로 있을 각종 제도의 변경이나 인사 등을 주시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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