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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석유 개발 중국, 50억 달러 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개발 프로젝트에 5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를 투자키로 해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의 석유 수출국이자 미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처이지만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 정책을 펴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행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은 현재 하루 11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150만 배럴이 베네수엘라산이다.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라미레스 석유장관은 28일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2012년까지 1단계로 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CNPC는 베네수엘라 동부 주마노 유전지대와 오리노코강 유역 등의 원유 개발에 참여하며, 또 다른 국영기업인 시노펙은 파리아만의 해상 유전 개발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차베스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27일 귀국한 직후 나왔다. 차베스는 지난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 현재 하루 15만 배럴인 중국 석유 수출량을 내년에는 30만 배럴, 2009년까지는 5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또 현재 하루 330만 배럴의 생산량을 2012년까지 580만 배럴로 늘리고 증산분 가운데 100만 배럴을 중국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높은 수송비를 물고서라도 주요 수출처를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중남미 반미 벨트의 선봉인 차베스는 1999년 집권 이후 미국을 향해 수차례 석유 공급을 끊겠다고 위협해 왔다. 하지만 미국을 대체할 마땅한 시장이 없어 엄포에 그쳤다. 그러나 원유 가격이 치솟고 중국이 중남미 자원에까지 눈독을 들이면서 상황이 크게 변했다.

세계은행의 에너지 컨설턴트인 자스팔 싱은 "(대미 관계에서) 차베스는 중국 카드를, 중국은 차베스 카드를 쥐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의회보고서는 "베네수엘라가 대미 석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 세계 유가가 15%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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