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MVP 창던지기 허희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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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투수였던 짐 애보트는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던 대투수지만 '조막손 투수'로 더욱 유명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도 미국 대표로 참가, 조그맣게 오그라든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운 채 공을 던진 애보트의 불굴의 의지는 세상 사람을 감동시켰다.

창던지기 선수 허희선(22.부산 경성대). 그의 오른손은 손목 아랫부분이 뭉툭하다. 선천성 불구였던 애보트와 달리 세 살 때 불의의 사고로 손을 잃었다.

허희선은 남은 왼 손으로 창을 던진다. 그의 8백g짜리 창은 처음에는 편견의 벽을 깨기 위해 하늘을 날았고, 이제는 금메달의 꿈을 향해 또 다른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허희선이 16일 제84회 전국체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지난 13일 창던지기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 75m57㎝로 은메달에 그쳤지만 장애를 딛고 일어선 그의 용기에 한국체육기자연맹 체전 취재단은 총 19표 중 17표를 몰아줬다.

허선수는 "예상치 못했다. 금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나같이 장애를 가진 분들께 희망을 드리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투창의 매력에 대해 "창이 부르르 떨며 멀리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다. 운동을 하면서 '포기해선 안된다'라는 용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목표를 묻자 "금메달이다. 현재 최고 기록이 77m33㎝인데 올림픽 예선기준 기록(80m)을 넘기 위해 분발하겠다. 마지막 스윙동작과 스피드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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