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대통령 20년 측근의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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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었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 측으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어제 오전 구속 수감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 재신임이란 정국 파란을 몰고온 이번 사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은 崔씨가 SK 측에서 받은 양도성예금증서(CD)를 은행간부 출신인 고교 선배에게 맡겼다가 이 가운데 3억9천만원을 대선 때 진 빚을 갚거나 개인적으로 썼으며, 1억원을 선배 부인의 연구 지원비로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 6억1천만원의 사용처에 대해선 추적 중이라는 것이다.

盧대통령으로선 20년 '집사'였던 崔씨가 이런 범죄 혐의를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崔씨의 영장 범죄사실만 놓고 보면 그의 개인 비리인지,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가 애매하다.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그의 혐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의 상상적 경합관계로 본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로는 대통령이 왜 재신임을 묻겠다고 나섰는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무엇보다 崔씨가 받은 돈의 사용처를 규명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야만 대통령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지 가려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崔씨가 다른 기업에서 돈을 받은 것은 없는지, 대통령 장남의 결혼 축의금으로 돈을 받은 것은 아닌지도 밝혀야 할 대상이다.

야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崔씨의 추가 금품수수 의혹과 결혼 축의금 설을 제기하고 있지 않은가. 崔씨가 지난 2월 손길승 SK 회장을 재차 만난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는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내정된 상태였고 서울지검이 SK 분식회계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시점이어서 청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야 3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가능성까지 예고하고 있다. 그런 만큼 검찰은 또다시 특검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이 사건 진상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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