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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봄날의 곰 …' 여대생역 배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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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면

"사실 처음 연예계에 나올 때 저는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인물이었어요. '신세대 스타''N세대 스타'하면서 저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미디어에서 저를 규정해 버렸죠. 하지만 저는 캐릭터 상품이 되는 게 싫었어요.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로 남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미디어가 저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지내려고 해요."

오는 24일 개봉하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로맨틱 코미디다. 알사탕처럼 아작아작 씹히는 달짝지근한 성인용 로맨스가 아니라 솜사탕처럼 혀만 갖다대도 녹아내리는 하이틴용 로맨스다. 가슴 아리는 고통을 지불하고 얻어지는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살짝 꼬집히는 정도의 아픔만 가진 애교투성이의 영화다. 손으로 뭉치면 땅콩만한 설탕뭉치로 변해버리는 솜사탕처럼 '봄날의 곰…'은 뻥튀기가 많이 된 영화다. 애교가 지나치면 '닭살'이 되는 것처럼.

그렇다 한들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기운에 한껏 기지개를 켜는 봄날의 곰 같은 사랑스러운 역할을 배두나에게 맡긴 것을 두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앙증맞고 깜찍한 대학생 역할을 그녀만큼 자연스레 받아넘기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봄날의 곰…'은 도서관에서 빌린 화집에 사랑의 고백이 담겨 있자 그것을 누군가 자기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현채(배두나)와, 현채의 어릴 적 친구로 자기를 남자로 알아주지 않는데도 끊임없이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는 동하(김남진)가 마침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연륜이나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다룬 영화는 아니에요. 풋풋한 사랑을 예쁘게 그리려고 한 영화지요. 아직은 이런 사랑이야기가 저한테는 맞아요. 제 나이 20대 중반이지만 아직 사회를 잘 몰라요 . 연기자란 직업이 사회랑 직접 부닥칠 기회가 거의 없어서인지 때가 덜 묻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련(悲戀)은 저에게 낯설어요 ."

연기 생활 4년에 이번이 여덟번째 출연작이다. 하지만 배두나는 늘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해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펄쩍 뛰었다.

"비슷한 역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 '플란더스의 개''고양이를 부탁해''복수는 나의 것''굳세어라 금순아' 등을 떠올려보세요 . 매번 다 특색있고 개성있는 역할이었어요 . 저는 시나리오를 고를 때도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는 쳐다보지도 않아요 . 물론 제가 발랄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굳어진 건 있어요 . 그러나 거기에도 배두나라는 색깔이 분명히 새겨져 있어요 . 아무나 그런 이미지를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배두나의 어머니는 연극배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로부터 연기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에요 . 배우는 대개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잖아요? 그런 걸 아시기 때문인지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을 아끼세요 . 전 욕심이 많아서 성에 차지 않으면 내가 먼저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괴로워하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자제하기도 하구요 . 가능하면 '잘한다''대단하다'면서 격려를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그런데 '봄날의 곰…'을 보시고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네요 ."

그녀는 감독 복(福)이 참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욱.봉준호.정재은 등 유망한 감독들과 같이 일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

"감독들에게 적극적으로 매달리기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되나요?''감독님, 제 속에 있는 자질을 감독님이 꺼내 주세요 '라면서 애교를 부리거든요 . 또 어떤 지적을 받으면 고치려고 열심히 노력을 하지요 . 배우가 감독을 알고 감독이 배우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이상적인 경우가 어디 있겠어요?"

배두나는 자기가 갈 길을 제대로 알고 있는 '배우'였다.

이영기 기자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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