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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Life] 사랑이 맛있게 익는 밤 남편이 만든 스테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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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 꼼꼼이가 만든 안심스테이크

▶재료(2인분)=안심(스테이크용) 1백80g짜리 두덩어리, 브로콜리 6개, 당근 1개, 감자 1개, 소금.후춧가루 적당량, 쌀밥 약간

▶만드는 법=고기를 살살 두드려 칼집을 내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살짝 뿌린다. 석쇠와 고기 양면에 올리브 오일을 바른다. 석쇠를 센 불에 달군 뒤 약한 불로 줄여 고기를 얹는다. 고기에 석쇠 자국이 생기면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으로 옮겨 약한 불로 굽는다. 레드 와인을 살짝 두른다(이때 뚜껑을 덮어야 잘 익는다). 뒤집게로 눌러 육즙이 살짝 나오면 미디엄 상태로 구워진 것. 감자.당근은 삶고, 브로콜리는 데쳐서 준비한다. 큰 접시에 등심 스테이크를 가운데 놓고, 밥과 야채로 주변을 둘러서 낸다.

▶스테이크 소스 만들기=A1 소스와 토마토 케첩을 2대1의 비율로 섞고, 간장과 설탕으로 입맛에 맞춰 간을 조절한다.

"우와! 역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신문을 펼쳐놓고 보던 내가 소리지르자 TV 앞 소파에서 비실비실 졸던 꼼꼼이가 묻는다.

"무슨 일인데?"

"으응, 여기저기서 먹거리 축제와 행사가 줄줄이 열리고 있나봐."

"그래서?"

"으응, 분위기 있는 멋진 가을 만찬을 즐기고 싶당."

"혹시? 앙실이의 몸에 꼼꼼이의 2세가?"

순간 "퍽"(나의 팔꿈치가 그의 옆구리를 강타하는 소리), "엉뚱하기는…."

옆구리 한방에 분위기는 썰렁해지고 잠시 소강상태.

"그럼 정말로, 우리 분위기 한번 내볼까?"

"어떻게?"

"외식하긴 주머니가 부담스러우니 오랜만에 내가 앞치마를 두르지."

"오호, 훌륭한 생각."

갑자기 "쪽"(나의 도톰한 입술이 그의 볼에 닿는 소리).

이렇게 꼼꼼이의 안심 스테이크 요리가 시작됐다.

후다닥 둘다 집안 패션을 벗어버리고, 외출 복장으로 갈아 입은 뒤 할인점 식품 매장으로 직행.

"아저씨, 스테이크용 안심 주세요. 두께는 2㎝입니다. 두 덩어리로 주시는데 한 덩어리에 1백80g이 적당해요."

'아쭈, 제법인데.'

꼼꼼이의 고기 사는 법은 마치 전문 요리사인 것처럼 보였다.

집에 와서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도 달랐다. 칼로 고기 덩어리를 살살 두드려 칼집을 내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밑간을 한다.

'우와, 저렇게 꼼꼼하게….' 적당히 고기를 프라이팬에 얹어 구워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도와줄 일 없을까?"

"됐습니다. 오늘 저녁은 공주님이니까 푹 쉬고 계시면 모시러 가지요."

"헤헤, 그럼 난 방에서 놀고 있을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방으로 들어와선 다리미판을 펼쳤다. 문틈으로 들어온 고기 익는 소리가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벌렁거리게 했다. 정신이 혼미해 꼼꼼이 와이셔츠의 줄이 비뚤거릴 정도다.

"공주님, 이제 나오시지요."

방문을 여는 순간 황홀경에 빠지고 말았다.

전등불이 꺼진 식탁에 촛불을 켰다. 희미한 촛불 아래 스테이크 요리가 보이고, 그 옆엔 자줏빛이 도는 와인 글라스도 놓여 있다.

"정말 근사한 식탁이당."

곧바로 두 팔로 꼼꼼이의 목을 감아안고 "쭈~욱"(해설 생략).

차츰 정신을 차리고 꼼꼼이 뒤편의 주방을 살피니 꼴이 말이 아니다. 어질러져 있는 프라이팬과 냄비 등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에이, 모르겠다. 못 본 거로 하지, 뭘.'

와인 글라스를 들어 축배를 한 뒤 안심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입에 쏘옥.

'아아, 너무 행복하다.'

그렇게 가을 밤은 깊어갔다. 그날 밤 둘이서 홀짝홀짝 와인 두 병을 비워버렸는데…. 그 뒷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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