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후원하는 닉 반 겔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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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마가 럭비월드컵에서도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호주에 본사를 둔 증권 및 금융투자 자문업체 맥쿼리그룹의 닉 반 겔더(40) 대표는 자신이 '러거(럭비인)'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맥쿼리는 2011년까지 대한럭비협회를 후원할 것이라고 24일 발표했다. 내달 9일 서울럭비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 대표팀과 중국 대표팀 간의 친선경기와 같은 규모의 대회를 연간 다섯 번 이상 열고 유소년과 대학 럭비를 후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국가대표 평가전은 한 번 하는 데 보통 5000만원 이상 든다. 호주 기업이, 인기도 저변도 없는 한국 럭비를 후원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뭘까. 그룹과 럭비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럭비는 호주의 국기(國技)나 다름없고, 맥쿼리그룹의 데이비드 클라크 회장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호주럭비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럭비 사랑하면 겔더 대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럭비 집안 출신이다. 겔더 대표는 호주 대표 출신의 아버지에게서 네 살 때부터 럭비를 배워 35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그는 캔버라의 이스트 유소년 럭비클럽 선수로 경기에 출전했을 때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처음 경기장에 나가니 춥고 겁이 나더군요. 벌벌 떠는 저를 아버지가 쉴새없이 격려했어요. 저는 아버지 덕분에 용기를 얻었고 럭비에 대한 사랑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98년 한국에 온 겔더 대표는 한국 럭비에 관심이 많았다. 실업팀이 셋(포항강판.삼성SDI.한전) 뿐인 한국이 아시아 최강 일본과 경쟁하는 점이 신기했다. 그러나 축구 월드컵에서 그토록 강한 에너지를 폭발시킨 한국에 럭비 열기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그는 한국 럭비에 불을 지피고 싶었다. 마침 럭비협회의 후원 요청이 오자 두말 않고 받아들였다.

겔더 대표는 "한국.중국.일본이 참가하는 정기전 창설도 지원할 수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당장은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는 "먼저 한국에서 럭비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시설와 기반에 대한 후원이 따라야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럭비가 한국에서 주요 스포츠로 자리잡도록 후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진석 기자(huhba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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