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니윤 쇼」미 토크쇼 복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가식 없는 대화와 익살이 풍부한 KBS-2TV『자니윤 쇼』는 종래 우리방송의 토크쇼에선 볼 수 없었던 나름대로의 독특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심야에 방송되는『자니윤 쇼』를 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신선한 기분을 반감시키는 여러 가지 씁쓸한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잠자리에 들시간』『사랑을 하게될 때』등의 평범한 말들을 미국 연예계에서나 통용되는 방식대로 완전히「외설적」인 의미로 바꿔 버리곤 하는 자니윤의 언어들은 처음엔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다가도 나중엔 다시 생각하기가 겸연쩍을 정도로 개운치가 않다.
27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데 따른 그의 언어감각 때문인지 자니윤의 더듬거리는 말투의 유머는 관객들의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듯 해 불안스럽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TV의 『자니카슨 쇼』『데이비드. 레터맨쇼』를 본 사람은 『자니윤 쇼』가 이들 쇼와 같은 프러덕션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모방이 심하다.
방청객을 자주 화면에 클로스업 시키는 것을 제외하곤 도시 야경을 배경으로한 무대, 록음악밴드와 파트너 사회자의 고정 출연등은 모두 예의 토크쇼들과 똑같은 형식이다.
자니윤이 프로 시작때 몇마디 개그를 하면서 순을 비비는 모습도 미TV사회자와 여지없이 닮았다.
이 같은 그의 미TV를 쏙 빼놓은 듯한 모방은 시청자들을 알게 모르게 미국문화에 휘말려 들게 만들고 소위 반미주의자들에게 적절한 비난거리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협찬 형식의 스폰서로부터 수억원대의 출연료를 직접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자니윤은 3월 프로그램 계약이 끝나면 미국으로 되돌아 간다고 한다.
그가 다시 돌아오기 전에 국적불명의 어설픈 문화가 안방 깊숙히 쳐들어오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이뤄졌으면 한다.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