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가능성 여야 공감(정계개편 바람분다: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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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극력 반대하던 양김도 신축자세/지자제 판도따라 급가속될 수도
4당구조를 깨뜨리는 정당간의 합종연형에 의한 정계개편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내각책임제 개헌문제다.
정계의 인위적 개편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아래서 제도개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당간의 연합이나 통합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내각제개헌론은 5공말기 민정당 당론이었으나 6ㆍ29로 사라졌다가 최근 정계개편 움직임과 함께 또다시 강력하게 수면위로 떠오른 셈이다.
내각제에 대한 정계의 기류는 대충 두갈래다.
첫째가 공화당의 김종필총재와 민정당의 박준규 전대표,김윤환 전총무 등 이른바 신주류들이 주장하는 적극론이다. 이들은 보수대연합에 의한 정계개편을 주장하면서 내각제를 보수연합의 기초로 삼고있다.
특히 공화당 김총재는 지난번 대통령후보로 나설때에도 내각제를 주장했으며 기회있을 때마다 『민주화시대의 다양한 국민의사를 수용하기 위해선 내각제로 가야한다』며 보혁구도론과 연계한 내각제개헌을 주장해 왔다.
민정당의 박준규 전대표등 구공화출신과 TK신주류들도 같은 생각이다. 이들 내각제개헌론자들은 내각제 명분을 지역감정과 정국불안정 해소에 두고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정치지도자들이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으면서도 일부 대권에 눈이 어두운 인사들때문에 일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국회의원들의 70∼80%가 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정치인들의 내심은 내각제로 크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각제개헌론자들은 90∼91년 정계개편을 실현하고 14대 총선이 실시되는 92년 4월을 전후해 내각제개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개헌론에 반대입장에 서는 사람들이 야당에서는 김대중 평민총재,김영삼 민주총재이고 민정당에서는 이종찬민정 전총무,5공파들이다.
양김 총재들은 집요한 대권도전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조차 최근엔 조금씩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대중총재는 연초 한 인터뷰에서 『내각제채택은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14대총선에 가서 정치이슈화되어야 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으나 『그러나 내각제 논의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영삼총재는 가장 끈질기게 대통령중심제에 집착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제가 당론이고 아직은 내각제를 거론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나 큰 정치를 하자면 협의할 수는 있는 문제로 지식인중에 내각제를 주장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는 정도의 신축성을 보이고 있다.
이종찬의원등이 소극적 입장에 서는 것은 내각제 개헌에 따른 정계개편이 이뤄졌을 때 자신들의 입지가 대폭 좁혀질 우려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의원은 『현행헌법으로도 내각제적 운용이 가능하다』고 소극적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민정당은 내각제가 지도부의 내심이면서도 내각제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갈려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11일 열린 의원ㆍ지구당위원장 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내각제개헌도 추진할 만하며 정당간 정책및 정치연합을 추진해야 한다』(이종률위원장의 주제발표)는 말이 나온 것은 앞으로의 민정당행보를 예상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노태우대통령이 10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아직 2년도 안됐는데 내각제개헌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뜻이라면 가변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밝힌 것은 여권내부의 흐름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대통령 심중을 가장 잘 읽는다는 박철언정무장관도 『현재의 정치세력간 공존을 위해서도 내각제는 꼭 필요하다』며 『금년 지자제선거가 끝나면 내각제개헌론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내각제에 대한 찬반과 함께 내각제를 채택했을 때 개헌시기를 언제로 하느냐도 관심사다.
노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한다면 14대 총선 전후나 노대통령임기만료(93년2월) 직전이 되어야 하나 정계개편이 의외로 빨리 실현될 경우는 그보다 훨씬 앞당겨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계개편에 대한 윤곽이 잡혀야 개헌에 대한 전망도 가능하다. 지금은 차기집권이 불투명해 보이는 민정당이 지자제선거나 14대총선에서 세력확대및 지지폭을 넓히는 데 성공한다면 여야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어 앞으로 지자제ㆍ국회의원선거가 큰 변수가 될 지도 모른다.
민정당핵심부가 개헌을 상정해놓고 있고 보수대연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출구가 내각제라는 인식으로 공감이 형성되면 개헌무드가 흐름을 탈 여지는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이규진기자><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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