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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성인오락 산업 '메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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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행성 게임기에 대한 압수 건수가 폭증하면서 검.경이 압수물품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월부터 대구 지역 수사기관이 압수한 게임장 PC는 모두 2000여 대. 24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검 지하 영치창고에 압수된 PC가 가득하다. 대구=조문규 기자

24일 오후 2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 오락 프로그램 전문업체인 S사 연구실. 연구원 10여 명이 컴퓨터를 앞에 두고 자신들이 개발한 오락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일부 직원은 그래픽 작업으로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있었다.

이 같은 오락프로그램을 만드는 업체는 대전 지역에 벤처기업 100여 곳을 포함, 300여 곳이나 된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전국에 유통되는 성인 오락 프로그램의 60% 정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전 지역은 '성인오락 산업의 메카'로 불리고 있다.

바다이야기를 개발한 에이원비즈 차용관(35.구속) 대표와 판매사인 지코프라임 최준원(34.구속) 대표도 4~5년 전 대전 지역 게임업계를 주름잡던 벤처회사 '지씨텍'에서 일했다.

◆ 왜 대전인가=대전의 오락산업은 1990년대 온천 관광지인 유성을 중심으로 활성화했다. 당시 관광호텔에 제한적으로 성인오락실 개설이 허용된 뒤 유성 지역 10여 곳의 호텔 대부분이 성인오락실을 운영했다.

94년 8월 관광특구 지정은 유성이 오락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됐다. 관광특구에 있는 업소는 24시간 영업이 허가됐다. 유성에 한정됐던 오락업이 대전역 주변 등 대전권 전역으로 확대됐다. 이곳에서 유흥과 오락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렸다.

특히 서울 시민이 밤에 차를 몰고 대전으로 와 놀다가 새벽에 귀경하는 풍속도까지 생겼다. 오락실 산업이 번성하면서 오락 기계를 수리하고 조작하는 기술자도 대전으로 몰렸다. 오락실 업주들은 서울 구로공단 등에서 일하고 있는 공고 출신 인력을 스카우트해 오기도 했다.

같은 시기에 특구로 지정된 부산 해운대의 경우, 주로 일제 오락 기계를 수입해 사용했기 때문에 기술인력 등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락 프로그램을 만드는 M사의 김모 이사는 "90년대 중반까지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오락 기계 전문가가 대전에 가장 많았다"며 "기술자만 대략 100명 넘게 활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자들은 오락기에 즐기는 재미를 곁들여 만들었다. 고객이 재미를 느낄 정도로 환수율(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을 조작하는 기술도 탁월했다고 한다.

당시 유성 지역 호텔에서 오락 기계를 다루던 서모(62)씨는 "환수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고객이 흥미를 잃어 버린다"며 "100만원을 투입해 당첨될 경우 105만~107만원을 벌게 만드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유성 지역 호텔에서 40여 년간 지배인 생활을 한 염상태(55)씨는 "호텔 오락실 고객 가운데 30%는 외지인이었다"고 말했다.

◆ 벤처붐 타고 도약=97년 이후 대덕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벤처붐은 오락업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컴퓨터 공학이 오락 기계에 본격적으로 접목돼 프로그램도 더욱 세련되게 변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연구소 등에서 배출한 고급 인력이 오락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락 기계에 첨단 컴퓨터 공학이 응용되면서 기존 기계식 오락기를 다루던 기술인력도 변신을 꾀했다. 자신들이 직접 오락 기계를 구입해 매장을 운영하거나 프로그램 제작사에 투자한 것이다.

대전 지역 오락실 업주 박모(50)씨는 "10여 년간 오락 기계를 수리하다가 2000년부터는 아예 오락실을 차렸다"고 털어놓았다. 대덕연구단지를 다루는 인터넷 신문인 '대덕넷' 이석봉(46) 대표는 "대전 지역 벤처기업 붐이 엉뚱하게도 성인용 오락산업 발달에 도움을 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대전=김방현 기자<kbhkk@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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