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방체 만들어 독자성 보장/고르바초프,리투아니아서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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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탈소운동은 개혁정책 위협”/30만명이 독립요구 군중집회 강행
【빌니우스 UPIㆍAP=연합】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날로 확산되고 있는 탈소 민족주의 독립운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11일 리투아니아 공화국의 수도 빌니우스에 도착,연방으로부터의 분리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며 크렘린과의 분열은 「비극」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함으로써 연방 각 공화국의 분리독립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경고에도 리투아니아 주민 약 30만명은 이날 저녁 시내 중앙 광장에 집결,독립과 자유쟁취를 결의하는 대대적 시위를 벌였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이날 시내 중심가에 있는 레닌 기념비에 헌화한 후 주변에 모여든 수천명의 군중들에게 행한 연설을 통해 리투아니아 주민들에게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그러나 『누군가가 우리를 상호 적대적 충돌로 몰아넣는데 성공한다면 비극이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경고하고 『우리는 이를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는 15개 공화국으로 이뤄진 현재의 연방체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새로운 연방체가 창설될 것이며 이를 위해 현재 연방최고회의가 새 헌법 초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하고 『새 얼굴로 탄생하게 될 연방체에서는 각 공화국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유례없는 정치ㆍ경제적 독립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르바초프는 현행 연방 헌법이 각 구성공화국의 분리ㆍ독립을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 조건들」이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우리는 한 공화국이 어떻게 연방체를 떠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투아니아 공화국안에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인과 비리투아니아인은 물론 소련내 모든 소수민족들의 권리가 존중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1백개가 넘는 소련의 소수민족 그룹이 산산조각나고 말것이라고 강조,민족주의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또 현재 소련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든 병폐는 모스크바에 지나치게 중앙집권화한 관료체제가 존재하는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저녁 시내 중심가의 가톨릭 성당 앞 광장에서 30여만명의 군중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독립요구 집회에서 독립운동 주도세력인 사주디스(인민전선운동)의 란스베르기스 의장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동유럽의 변혁속에서 단결을 과시하고 우리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할 것임을 선언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고 말하고 『우리는 자유와 독립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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