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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위에 인공 달 띄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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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뒤 서울시가 공무원의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7월 말 개설한 '상상뱅크'에 톡톡 튀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는 공무원들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성과중심의 인사.감사제도를 도입한다고 23일 밝혔다. 이승한 '100일 창의서울추진본부장(삼성테스코 사장)'은 "공무원들이 활기차고 신바람 나게 일하고, 고객이 감동하는 행정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튀는' 제안 봇물=남산 위에 발광 다이오드나 레이저 빛을 이용해 인공 달을 띄워 날씨에 상관없이 초승달.반달 등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눈에 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포대교 앞 한강에 대형 워터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한강에 유격훈련장을 설치해 체험 행사장으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청계천을 세계 최고의 프러포즈 장소로 만들자는 내용도 있다. 분위기 있는 배경음악을 틀고, 청계광장에 설치된 대형 LCD 전광판을 통해 고백 영상을 상영하면 로마의 트레비 분수 못지않은 명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청계천 물속에 디스플레이 장치를 설치해 구역별 아름다움과 특징을 보여주고 서울광장 주변 보행로를 역대 서울시장이나 서울시를 빛낸 인사의 핸드프린팅 길로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다. 23일까지 제안된 아이디어는 1만3200여 건으로 서울시는 1~5등급으로 분류해 포상하고 시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산과 인력.기술 확보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설익은 구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산 위에 인공 달을 띄우기' '한강 유격훈련장 설치' 아이디어 등은 서울시민들의 여론 수렴과정과 타당성 조사를 거쳐서 신중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 과감한 인센티브 인사 도입=서울시가 공무원 조직 문화 쇄신 등을 위해 가동한 '100일 창의서울추진본부'가 발표한 인사.감사제도는 오 시장이 강조해 온 '창의적으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인사 분야의 경우 성과포인트 및 성과 승진제도를 도입해 일 잘하는 공무원에게 파격적인 승진 혜택을 주기로 했다. 4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두 차례 실적을 심사해 포인트를 줘 승진.전보.국외 훈련.상여금 등에서 우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9급에서 5급까지 승진하는 데 현재 평균 29년9개월이 걸리지만 16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

감사 분야에서는 처벌 위주의 감사가 칭찬 위주로 바뀐다. 부정부패 근절이라는 감사 본연의 기능을 살리되 '평가 기능'을 핵심 기능으로 설정해 업무상 애로를 해결해 주고 창의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을 찾아내 칭찬.격려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영기획실이 담당하던 심사평가 기능을 감사관에게 넘겨 업무평가를 통해 우수한 평가를 받은 관련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또 도로.교량 등 시설물뿐 아니라 행정.재정상의 위험, 대형 프로젝트나 다중 행사의 위험 요소, 도시가스 등 재난 위험을 사전에 진단 분석하고 대비하는 '위험관리 기능'도 감사관이 갖는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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