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개발, 인력 조정 자구 안 되면 '밑빠진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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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가 철도공사를 지원키로 한 것은 철도공사의 부채 4조5000억원의 성격 때문이다. 부채의 대부분은 고속철 차량을 구입하고 역사를 건설하면서 생긴 것이다. 고속철도를 건설할 때만 해도 철도공사는 정부 부처인 철도청이었다. 결국 정부가 진 빚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철도청을 철도공사로 전환하면서 이 부채도 함께 넘겼다. 철도공사는 이런 이유 때문에 ▶철도공사는 그동안 부채를 정부가 인수하고 ▶연 5000억원이 넘는 선로이용료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철도공사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는 만큼 정부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규모는 공사가 요구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매년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사는 이로써 당분간 4조5000억원에 대한 이자 걱정은 덜게 됐다.

건교부는 이번 지원으로 2015년 이전에 공사가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철도공사가 흑자로 전환하려면 역세권 개발과 같은 수익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 정부는 2025년까지 용산역과 대전역세권 개발로 3조8000억원의 수익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용산역세권을 개발하려면 13만 평에 달하는 철도차량기지를 옮길 장소를 구해야 한다. 철도차량기지는 혐오시설로 분류돼 주민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런 땅을 수도권에서 구하기란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벌써 역세권 개발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철도공사의 구조조정도 반드시 해야 한다. 공사 측은 퇴직인원에 대한 신규 충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노조가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다. 적자역을 무인화하는 것도 노조의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지원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매년 지원되는 2000억원은 허공으로 날리는 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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